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신한금융그룹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새로운 여신 평가 체계를 실험하고 있다. 전통적인 서류 기반 대출 심사를 넘어 기업의 실시간 영업활동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정밀한 신용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서울시와 함께 공공배달앱 '땡겨요'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대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시와 신한은행이 공동 출연한 기금을 바탕으로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보증을 제공하는 형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운영하는 배달앱으로 2% 수준의 낮은 중개수수료와 빠른 정산 시스템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기존에 분산돼 있던 5개의 공공배달앱을 땡겨요 하나로 통합하고 신한은행과 협력해 서비스 홍보와 정책적 지원에 나섰다.
이번 대출 계획은 단순한 금융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가맹점주의 동의를 받아 배달 건수, 매출 흐름, 소비자 평가 등 땡겨요 앱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영업활동 기반의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고 기존 금융 정보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상환 능력을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의 또 다른 계열사인 제주은행도 유사한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제주은행은 지난 18일 더존비즈온을 대상으로 약 57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로써 더존비즈온은 제주은행 지분 14.9%를 확보하며 신한금융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증자는 제주은행을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은행'으로의 전환시키기 위한 전략적 제휴의 일환이다. 제주은행은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300만 개 ERP(전사적 자원관리) 회원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의 자금 흐름과 거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ERP 뱅킹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ERP 뱅킹은 기업 자원관리 프로그램인 ERP 시스템에 금융을 접목하는 임베디드 금융이다. 금융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의 동의를 받아 실시간 자금 흐름과 거래 정보를 분석하고 ERP 시스템 내에서 해당 기업의 니즈에 맞는 적시성 있는 맞춤형 금융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ERP 뱅킹이 구축되면 비대면 채널을 통해 별도의 서류 준비 없이 빠르게 기업 금융거래가 가능해질 수 있다.
신한금융 입장에서 배달앱 연계와 ERP 뱅킹 도입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운영 상태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해 향후 대출 부실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경영상태를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대출을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누적된 데이터를 활용해서 세분화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대한 핀셋지원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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