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올해 한국 경제가 0%대 저성장 늪에 빠질 것이라는 국내외 기관들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재정·통화정책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24일 '2+2 통상협의'(재무·통상 수장 회담)를 통해 본격적으로 첫발을 떼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될 전망이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오후 9시(현지시간 오전 8시)에 미국 워싱턴 D.C.에서 2+2 통상협의를 열 예정이다.
이날 통상협의는 구체적인 딜(Deal)을 이루기보다는 안건별 의견을 조율하는 '협상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0%대 성장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날 협의로 본격화되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향후 한국 경제의 경로를 가를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2일 발표한 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0%로 대폭 낮췄다.
미국(2.7%→1.8%), 중국(4.6%→4.0%), 일본(1.1%→0.6%) 등 주요국과 비슷한 하향 조정 흐름 속에서도 유독 가파른 수준이다.
결정적인 요인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풍이다. 특히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관세로 인한 교역 차질이 성장률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25%의 상호관세 부과가 90일간 유예됐지만,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 등에 의한 수출타격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한국의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 감소했다. 그중 미국으로의 수출은 14.3% 급감하며 전체 감소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더해 이날 발표되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시 마이너스(-) 성장 전망까지 제기되며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현재 1.5%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시사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잇달아 한국의 성장률을 1% 미만으로 전망하며 경고음을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0.7%, 씨티그룹과 ING는 각각 0.8%, JP모건은 0.7%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내외금리차, 코로나19로 불어난 국가채무 등을 감안하면 통화·재정정책의 여력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날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0%대 성장 절벽을 뚫어낼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다. 정부가 미국에 8개 부처, 30명 내외의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 측이 비관세 장벽 문제로 제기할 가능성이 큰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약값 책정 정책 등의 사안에 관련된 부처가 폭넓게 대표단에 참여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안덕근 장관은 전날 방미 길에 오르며 기자들과 만나 "(이번 협의에서는) 무역 불균형 문제, 조선·에너지 협력 같은 그동안 준비한 방안을 협의할 계획으로, 한미 양국이 향후 윈윈할 수 있는 협의 토대를 구축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실무 차원에서 비관세장벽 문제에 대해 협의를 해왔는데, 이번에 대규모 협상단을 통해 더욱 내실 있는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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