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한 한국 경제 타격이 대미 수출보다 대중 수출에서 2배 이상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에 수출하는 규모가 줄어드는 직접 피해보다,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를 통한 간접 충격이 한국 경제를 더 강하게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 관세 협상을 타결해 경제에 미치는 위험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더라도, 미·중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성장 동력이 꺾이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NABO 경제전망' 내 '미국의 관세 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박스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대미 수출 5.9% 감소, 대중 수출 10.5% 감소로 추정됐다.
예정처의 분석은 트럼프 정부가 보편관세 10%, 멕시코·캐나다에 25%, 중국에 20% 관세를 부과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미국이 이달 초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145%로 인상하면서 대중 수출에 미칠 악영향은 이번 분석보다 확대될 공산이 커졌다.
분석 결과, 미국의 10% 보편관세 부과로 한국의 대미 수출은 8.3%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미국의 돌출적인 정책 결정, 교역국들의 보복 가능성 등 불확실성 확대가 미치는 악영향은 감소율을 2.4%포인트(p) 확대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멕시코·캐나다·중국 등 한국의 대미 수출 경쟁국에도 관세가 부과돼 한국 수출품은 가격 경쟁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 감소율은 4.8%p 축소되면서 순 감소율은 5.9%로 계산됐다.
중국을 거친 간접 파장은 대미 수출을 통한 직접 피해보다 2배 크게 분석됐다.
예정처는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3.1% 감소하면서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규모가 5.9% 줄어들고, 여기에 불확실성 요인(-4.6%p)이 더해져 대중 수출이 총합 10.5%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해 실적에 대입하면 중국에 수출하는 규모는 140억 달러, 미국에 수출하는 규모는 75억 달러 급감할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작년 대중·대미 수출액은 각각 1330억·1277억 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양국 수출 감소분을 더하면 피해 금액은 현재 환율로 30조 원을 넘는다.
예정처는 이에 따라 올해 전체 통관 수출이 약 3.2% 감소하고, 경제 성장률도 1.4%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정처의 기본 성장 전망치는 1.5%였으나, 미국의 관세 영향을 고려하면 더 낮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 것이다. 예정처의 1.4% 성장 전망은 지난해 10월 발표(2.2%)보다 0.8%p 낮다.
최근 해외 눈높이와는 비슷했다. 국제금융센터가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견해를 종합한 결과(13일 기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35%로 지난 2월 말 대비 0.2%p 하락했다.
불과 반년 만에 올해 성장률이 2% 남짓에서 1%대 초반까지 주저앉을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 관세 영향이 중국을 통한 간접 피해 측면에서 두 배 크게 분석된 만큼, 정부가 미국과 양자 협상에 나서 통상 위험을 최대한 관리해도 성장 하방 위험이 빠르게 증대되는 상황은 불가피해 보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중국 경제 지표는 미국 관세 충격 미반영, 관세 부과에 대비한 밀어내기 수출 등에 오히려 긍정적"이라면서도 "2분기 후반부터 중국 리스크가 강하게 부각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은 이미 큰 폭으로 둔화한 상황임에도 중국 성장 쇼크가 현실화하면 수출은 물론 성장률에도 적잖은 부담을 줄 것"이라며 "트럼프 관세 충격이 최악의 국면을 넘기는 분위기나 관세발 중국 리스크가 잠재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율 145% 인상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을 밝히는 등 미국의 정책 변동이 심해 국내 수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추산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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