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2조 원 남짓 늘어나면서 한 달 전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번복 여파가 이달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관측돼 당국의 경계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공개한 '2025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1조 4000억 원 증가한 1145조 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전월(3.2조 원)의 반토막에 조금 못 미쳤다.
주담대와 전세대출 증가 속도가 느려진 데다 신용대출 상환도 확대된 영향이 컸다.
3월 은행 주담대는 2조 2000억 원 늘면서 전월(3.4조 원)보다 증가 폭이 1조 2000억 원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보다는 증가 규모가 작았지만 1월(1.7조 원)보다는 5000억 원 컸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해 말과 연초 주택 거래가 둔화한 영향과 신학기 이사 수요가 해소된 영향으로 주담대 증가 폭이 축소됐다"며 "기타대출은 부실 채권 매상각 등 계절 요인으로 감소 폭이 늘었다"고 말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1월(-0.5조 원) 명절 상여금을 받은 가계가 신용대출 상환에 나서면서 전월 대비 감소했으나 2월에는 3조 2000억 원 증가하면서 크게 반등한 바 있다. 이로써 증가세가 둔화하긴 했으나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으로 늘어났다.
3월 은행 전세대출은 7000억 원 증가해 3년 만에 가장 컸던 전월(1.2조 원) 증가세에 못 미쳤다. 주담대와 마찬가지로 1월(0.4조 원) 증가세는 웃돌았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9000억 원 감소하면서 감소 폭이 전월(-0.2조 원)보다 확대됐다.
한은은 다만 앞으로 가계대출 추이에 경계심을 유지했다.
박 차장은 "3월 금융권 전체로 보면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2월에 비해 많이 축소됐는데 이는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주택 거래가 전반적으로 둔화했던 영향"이라며 "분기 말 요인과 상여금 유입, 부실채권 매상각 등 계절 요인이 반영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2~3월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영향은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2분기 집중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에 따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축소되고 주택 거래량도 둔화해 향후 주택 시장, 가계대출 관련 상하방 요인이 혼재된 모습"이라며 "향후 흐름을 예단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박 차장은 "정부 대책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향후 경기와 금융 여건 흐름이 주택 시장과 가계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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