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넘기니 美 상호관세 발효, 환율 또 '출렁'…韓 겹겹 악재

환율 1473.2원 '16년 만에 최고'…정치 불안 완화에도 고환율 지속
원화 값 보면 금리 인하 힘든데…성장 대폭 추락 땐 4월 단행 고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명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명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가 9일(미 동부 현지시간 오전 0시 1분, 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발효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우리 경제가 탄핵 정국에 이어 또 다른 난관을 만났다. 올해 경제 성장률을 0%대 '초저성장'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양상이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1473.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후 16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상호관세 발효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세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한국에 대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진 결과였다.

안 꺾이는 환율…"정국 불안했다면 1500원 뚫렸다"

당초 환율은 지난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정치 불확실성 감소에 따라 하락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미국의 상호관세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른 시기에 부과되면서 원화 절상 효과는 상쇄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환율 상승 폭을 약 30원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의 선고 직후 1430원 초반까지 내려왔으나, 곧 중국 측 보복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보복 발언 등이 관세 전쟁 확산 우려를 키우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가 잇따랐고 원화 값은 급락했다.

만일 정국마저 계속 불안했다면 환율 상승은 더욱 종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지 않고 1400원 중후반에 머물렀다면 관세에 1500원을 일시 상회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1400원 중후반 고환율은 경기를 끌어내리는 주된 요인이다. 과거에는 원화 가치 하락이 국내 제조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키워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입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워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저해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4월 금리 인하 '신중론'…성장 대폭 추락 땐 고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고환율 지속에 발목을 잡혔다는 점도 주요하다. 안 그래도 연초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번복에 따른 수도권 주택 경기 재과열 우려로 인해 한은은 오는 17일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나마 환율이라도 내려 금융 안정 우려를 부분적으로 낮췄다면 경기 부진 대응을 위한 2·4월 연속 금리 인하 가능성은 지금보다 확대됐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연일 찍고 있는 환율로 인해 한은의 신중론은 유지될 공산이 커졌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환율 부담에 4월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한 여건인지 의문"이라면서 "한은은 금리 인하 효과와 금융 안정 측면을 고려해 신중한 대응을 우선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원화 약세는 한동안 계속될 확률이 높게 평가된다. 이에 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경우 내수 부진 장기화 우려는 보다 강해지게 된다.

김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 완화의 선반영과 상호관세로 인한 불확실성, 국내 경기 하방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환율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도 "원화 가치는 수출 중심 경제 구조와 미·중이 1~2위 수출국인 상황 등으로 인해 연초부터 달러 약세에도 비교적 약한 모습"이라며 "6월 3일 대선 전까지도 정국과 정책 불확실성 등에 가파른 강세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달 금리 결정의 관건은 향후 환율 추이와 올해 관세 충격으로 인한 성장률 전망치 1.5%의 하향 조정 규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전날 보고서에서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지만 상호관세 충격으로 성장률 대폭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전날 한국 성장률 전망을 0.9%에서 0.7%로 한 주 만에 추가 하향 조정하면서 4월을 포함한 한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당장 이달부터 피해 가시화…하반기 본격 영향권

미국의 상호관세는 미 동부 시간으로 9일 오전 0시, 한국시간 같은 날 오후 1시 발효된다. 지난 5일 전 세계에 부과한 기본관세 10% 위에 △한국 25% △일본 24% △중국 34% △베트남 46% △대만 32% 등 국가별 상호관세가 추가된다.

상호관세는 즉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점차 피해 범위를 늘리면서 경기 둔화 압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전날 2월 국제수지 브리핑에서 상호관세의 대미 교역 영향은 이달 바로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대미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자동차 등 품목의 경우 2~3개월 앞서 수주하는 경향 탓에 당장 이달 즉각적으로 큰 피해가 나타나기보다 수치상 피해가 확인되는 정도라고 예측했다. 이달 정확한 피해 규모는 4월 말~6월 관련 통계 공표 시 드러날 예정이다.

경제 타격은 무엇보다 하반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지난 3월 한은이 집계한 기업심리지수(CBSI)는 반도체·자동차 산업 등의 선주문 영향에 관세 우려 와중에도 개선됐는데, 4월에는 이 같은 효과의 소멸이 우려된다.

게다가 한국은 대미 수출만 아니라 베트남(상호 관세율 44%) 우회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원화 가치 회복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여건이다.

김 연구원은 "환율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잡음으로 당분간 1400원 중후반에서 등락을 예상한다"면서 "2분기 중반 이후 달러 약세와 추경 편성 등 국내 경기 동력이 회복된다면 1400원 초반 하락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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