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의 역대 2위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법인세 납부액이 1년 전보다 5배 급증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 호황 등에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이 28일 펴낸 202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조 8189억 원으로 전년(1조 3622억 원)보다 6조 4567억 원 늘어났다.
1년 전 당기순이익은 2008년 흑자 전환 후 가장 작은 규모였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 호황에 따른 외화자산 운용수익 등에 빠르게 증가해 지난 2021년(7조8638억 원)에 이어 역대 2위 당기순이익을 경신했다.
이에 한은이 작년 법인세 등으로 납부한 금액은 2조 5782억 원으로, 전년(5018억 원)의 5배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은 세전이익에서 법인세를 뺀 값이다.
이는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이 내는 법인세 규모에 뒤지지 않는다. 2023년 대기업 납부 법인세는 삼성전자 4조 2731억 원, SK하이닉스 1조 6766억 원, 현대차 4735억 원, 기아 6858억 원 등으로 한은의 이번 납부액과 유사하다.
지난해 글로벌 증권 시장을 보면, 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주요국 주가 상승에 주식 평가액도 증가하는 등 외화자산 운용수익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한은은 "유가증권 매매익과 유가증권 이자를 중심으로 총수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총수익은 26조 5179억 원으로 1년 새 7조 원 이상 늘어난 가운데, 유가증권 매매익은 2023년 4조 7508억 원에서 2024년 8조 3171억 원으로 2배가량 뛰었고, 유가증권 이자는 8조 9812억 원에서 11조 5933억 원으로 3조 원 가까이 불어났다.
한은은 당기순이익의 30%인 2조 3457억 원을 법정적립금으로 적립했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 출연을 위해 241억 원을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5조 4491억 원은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의 외화자산 구성을 보면 현금성 자산 8.0%, 직접투자자산 67.2%, 위탁자산 24.9%로 나타났다. 통화별 비중은 미 달러화 71.9%, 기타 통화 28.1%였고 상품별 비중은 정부채 47.3%, 정부기관채 10.1%, 회사채 10.4%, 자산유동화채 11.6%, 주식 10.2% 등이었다.
한은은 "달러화가 견조한 미국 경기 흐름, 주요국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비중이 확대됐고,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동성과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운용함에 따라 정부채 비중이 커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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