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방송 예능 '나는 솔로'에 출연한 '25기 광수'를 언급해 주목받았다.
25기 광수는 강원 인제군 기린면의 유일한 의사로,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을 떠날 수 있냐는 질문에 "떠날 수 없다"면서, 주민들의 가장 큰 걱정이 "(광수가) 서울 여자를 만나 인제를 떠나는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이 총재는 지난 26일 한은·통계청이 지역 균형 발전 주제로 공동 개최한 포럼에서 환영사를 펴면서 "얼마 전 직원으로부터 흥미로운 방송 이야기를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 TV 프로그램에 강원도의 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 선생님이 출연했는데 최근 그 지역에서 유일한 의사가 되면서 도저히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의사로서 헌신에 깊은 존경심을 느끼는 동시에, 점점 위축되는 지역경제가 개인의 사명감에만 의존할 수 있을지 우려도 커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과 높은 주거 비용이 청년들이 결혼·출산을 주저하는 근본 원인이지만, 경제·교육·의료·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 핵심 기능이 서울에 집중돼 청년이 다른 선택지를 갖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 과정에서 서울은 풍부한 일자리와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나, 그 이면에서는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개인의 행복이 희생되고 있다"면서 "정책 지원을 여러 지역에 분산하는 과거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실제 의도한 효과를 거뒀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대안으로, 2개에서 많아야 6개 정도의 적은 수의 거점도시에 핵심 인프라와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일자리와 교육·문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수도권에 버금가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그는 지방이 서울로부터 떨어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때보다, 가까이 있는 거점도시가 발전할 때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한은의 2023년 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 비중(50.6%)은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1위에 올랐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도권 집중은 저출산의 원인이 됐는데, 2021년 기준으로 지난 20년 동안 지방 청년 유출과 서울 인구 밀집에 따른 전국적 출산 손실만 1만 1000명으로 추산됐다.
한은 연구진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조성된 특별회계가 낙후지 개발에 초점을 둬 규모가 작은 지역일수록 보조금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공평성에 치중한 지원으로 개별 지역은 작게 쪼개진 지원을 받을 뿐, 잠재력 높은 지역이 두각을 나타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핵심 문제의식이었다.
당시 정 차장은 "수도권의 이점은 압도적 인구와 산업 집중에 따른 집적 경제, 규모·범위의 경제"라면서 "(비수도권 역시) 집적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일정 지역에 자원·인프라를 대거 집중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집적이 가능한 곳은 이미 상당 규모를 갖춰 지역 중심지 역할을 하는 대도시들"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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