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불안·원화 나홀로 약세…한은 금리인하 지연 조짐

여전히 5월 금리 인하 유력하나 3분기 지연 가능성도 '고개'
토허제 번복 후 가계대출 관건…정치 안정 땐 5월 인하 숨통

서울 시중은행 대출창구 앞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시중은행 대출창구 앞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의 5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아직 우세하지만 하반기인 3분기(7~9월)로 지연될 가능성 또한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에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오르면서 향후 1~2개월은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확인할 필요성이 생긴 데다, 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 속에서도 원화가 나 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금융 안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한은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25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최근 바클리스는 "한은의 5월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나, 지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불확실성,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 여부 등 대내외 변수가 많아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을 5월로 확신하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취지다.

BNP파리바도 "한은의 3분기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관세 영향, 국내 정치 불확실성, 가계부채 문제 등이 지연 가능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한 이후 올해 2월 추가로 금리를 낮추면서 현재 연 2.75% 수준의 기준금리를 운영 중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이라는 조사국 전망에 기반해 연내 1~2회의 추가 금리 인하 방침을 시사했다. 상반기 남은 금통위는 4월과 5월 두 차례로, 인하 지연 우려가 현실화하면 올해 하반기만 1~2회 인하가 집중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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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시장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 지연 전망이 나온 가장 큰 원인은 가계부채 문제 악화 조짐이다.

한은에 따르면 향후 1년 뒤 집값 상승 기대 심리를 보여주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이달 전월 대비 6포인트(p) 오른 105로 집계됐다. 주택가격전망 CSI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이로써 주택가격전망 CSI는 2003~2024년 장기 평균인 107에 바짝 가까워졌고, 기준치 100을 웃돌아 집값 상승을 예상한 응답이 집값 하락을 예상한 응답보다 우세해졌다.

이 같은 집값 상승 기대 확산은 주택 구매 수요를 자극해 주택 거래량을 늘리는 효과가 우려된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주택 매매량 증가는 1~2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 폭에 대부분 반영돼 온 것으로 한은은 평가하고 있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 주범인 토허제 해제가 번복됐음에도, 금통위로서는 금리 인하에 앞서 월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다시 확대되지 않을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일 5월 말까지 가계부채를 둘러싼 우려가 식지 않으면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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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도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원화는 최근 강세로 전환한 주요국 통화와 달리 '나 홀로 약세' 현상을 보여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높인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DXY)는 전날 104 수준으로 1월 말(108.4)보다 약 4% 하락했다. 반면 달러·원 환율은 1월 말 1452.7원에서 전날 1467.7원으로 오히려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원화의 나 홀로 약세 현상은 한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통상 위협이 지속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지연에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촉발된 측면이 크다.

JP모건은 "금융시장이 한국의 향후 정치 일정과 경기 부양책이 좀 더 명확해지길 고대하고 있다"며 "아직 대통령 탄핵 판결 날짜가 발표되지 않았고 과거보다 지연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시티도 "탄핵 판결이 4월 중순으로 연기될 소지가 있는데, 이 경우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며 금융 변동성이 일시 증가할 수 있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예상치 않게 오래 지속되면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이 다소 낮춰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원화 약세 요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이 기각된 이후에도 경제 컨트롤 타워 격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면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을 둘러싼 해외의 경계심이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49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신용 불안과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등이 원화 약세 부담을 높이고 있다"면서 이번 주 환율 예상 범위로 1430~1490원을 제시했다.

반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경우 금리 인하의 걸림돌 중 하나가 제거되는 셈이다. 시티는 "5월 말~6월 초 조기 대선 시나리오에서 환율은 0~3개월 시계에서 1450원 선, 6~12개월 시계에서 1435원 선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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