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3조 원 넘게 늘었고, 전세대출은 3년 만에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급격히 높아졌던 은행권 대출 문턱이 올해 들어 낮아진 데다, 전셋값이 올랐고 신학기 이사철도 겹친 여파다.
한국은행이 12일 공개한 '2025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3조3000억 원 증가한 1143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1월(-0.5조 원)의 경우 명절 상여금을 받은 가계가 신용대출 상환에 나서면서 전월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2월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주담대 증가 규모가 불어난 데다 3년 만에 최대로 늘어난 전세대출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은행 주담대는 3조5000억 원 늘어 전월(1.7조 원)보다 증가 폭이 2배 확대됐다. 작년 10월(3.6조 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세였다.
은행 전세대출은 1조2000억 원 증가해 2022년 2월(1.4조 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000억 원 감소하면서 전월(-2.1조 원)의 감소 폭이 많이 축소됐다.
한은은 '계절 요인'이 주담대, 전세대출 증가의 핵심 원인이라고 밝혔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 상황을 자세히 보면 주로 계절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월 상여금 유입 영향이 소멸하면서 감소 폭이 상당히 많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담대는 이사철 자금 수요 등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지난해 하반기 전반적인 전셋값이 크게 하락했는데, 그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서울 지역에서 역전세 현상이 해소됐다"며 "이런 영향에 2월 신학기 이사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전반적으로 주택 관련 대출이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1월 말 설 연휴를 고려해야 한다"며 "일평균으로는 1~2월 모두 금융권 가계대출이 1조 원 중반~중후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아직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반적인 가계대출 둔화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완화로 인한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 추세는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완화로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의 오름 폭이 확대되고 거래량도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계대출 추이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택 거래량"이라며 "서울 아파트 월 거래량이 지난해 7월 주택 시장 과열로 인해 8500호 정도까지 늘었다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영향으로 3000호까지 떨어졌지만, 2월에는 3000호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 아파트 거래 확대가 가계대출 증가 압력으로 작용할 텐데, 어느 정도일지, 얼마나 지속될지,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범위 등은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며 "주택 시장 상황과 금융기관의 대출 취급 행태 등 가계부채 불안 요인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