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경제 심리를 빅 데이터로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속보성 지표가 되살아나는가 싶더니 1주 만에 추락해 다시 비상계엄 사태 때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와 유예, 대상 등을 거듭 번복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뉴스심리지수(NSI)는 이달 9일 88.65로 집계돼 1주 전인 2일(100.53)보다 11.88포인트(p) 하락했다.
뉴스심리지수가 이보다 낮았던 때는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4일(87.37)이 마지막이었다. 당시는 중국의 저비용 인공지능(AI) '딥시크' 공개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에 휩싸인 후 차츰 회복하던 시기였다.
또 연휴 직전 현직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 기소되면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다시 관심이 모인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2월 3일(85.9) 저점 이후 추세적으로 상승해, 같은 달 중하순에는 기준치 100을 대체로 웃돌았다.

뉴스심리지수는 언론사 경제 뉴스 문장을 매일 1만개씩 임의 추출해 긍정·부정 등의 감성을 분류한 뒤 작성하는 지수다. 기준치 100보다 높으면 경제 심리가 과거 20년 평균(2005~2024년)보다 낙관적임을, 낮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뉴스심리지수는 앞서 소비자심리지수(CCSI)에 1개월, 국내총생산(GDP) 등 주요 실물 경제 지표에 1~2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수 급락은 이달 본격화했다. 미국 정부가 관세 정책과 관련해 내비친 '변덕' 영향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다음 달 4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관세 부과는 한 달 유예될 것으로 여겨졌지만, 한순간에 앞당겨진 것이었다.
여기에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확정하면서 관세 전쟁의 포문을 더 활짝 열었다. 시장은 트럼프발(發) 국제 무역 전쟁이 예상보다 일찍 개막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대외 부문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국제 보호무역주의를 부채질하는 관세 전쟁에 특히 취약한 국가로 인식된다.
우리나라 대외 의존도를 보여주는 수출입 대비 국민총소득(GNI) 비율은 지난해 90.0%로 전년(87.3%) 대비 2.7%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기준 미국(35.7%), 중국(42.0%), 일본(55.0%), 프랑스(88.3%) 등 다른 선진국보다 높다.
이처럼 경제 심리가 출렁이고 성장 핵심 동력인 수출에 먹구름이 낀 상태에서는 금리 인하만으로 경기 부진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통화 당국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는 한은이 작년 10~11월과 올해 2월 기준금리를 낮춘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 부양책을 강조한 배경이 됐다. 현재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75%로 운영 중이며, 이 수준은 중립 금리 상단으로 추정된다.
시장은 올해 상반기 한국의 추경 편성 규모를 15조~20조 원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재정이 주도하는 경기 부양 기조가 강해질 것"이라며 "이번 주 정치 이벤트가 해소되면 추경 중심의 재정 확대 여부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경 규모가 20조 원 이내로 제한적이더라도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며 "원화 약세 측면에서도 금리 인하보다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지지, 금융 안정 도모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월 산업 생산 지표를 검토한 결과 1분기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 경제 성장률이 20조 원 내외의 추경 효과(+0.2%p)를 포함해도 1.6%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는 14일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결과와 무관하게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추경 편성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주요국 분위기도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 그간 엄격한 재정 준칙을 유지해 온 독일은 최근 예상을 깨고 향후 10년간 5000억 유로(약 787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펀드 조성 등 대규모 재정 지출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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