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겨울철 한파가 여름철 폭염보다 국내 고용 시장에 더 강한 타격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상용직 등 정규직은 동장군이 기승을 부려도 끄떡없지만, 임시일용직은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연세대 심명규·조수진 교수의 'BOK 경제연구' 실증 분석을 보면, 국내에 이상 저온·고온이 발생하는 경우 노동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여름철 이상 고온이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았고, 기간도 2개월 정도로 짧았다. 실업률 상승 폭은 0.05%포인트(p) 정도로 미미했다.
반대로 겨울철 이상 저온 현상이 발생하면 고용률을 0.1%p 정도 끌어내리며, 실업률은 0.05%p가량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고용 형태별로 나눠보면 겨울철 한파는 임시일용 근로자의 뚜렷한 감소(약 -0.4%p)로 이어졌다.
오히려 상용 근로자들은 동장군이 찾아와도 소폭 늘어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상용직이 실외보다 실내에서 주로 일하는 경향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이 13도를 기준으로 이보다 낮은 지역에서는 기온 상승이 양의 효과를, 높은 지역에서는 음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연구진은 "실외 노동 시간이 긴 산업이나 직종의 경우 온도가 적정 이하로 떨어지거나 그 이상 올라가면 생산성 감소와 함께 노동 공급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연구진은 "이상 저온과 고온 충격 모두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이고 수개월 내로 대부분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상 기온이 지속적인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기보다 일시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이상 기온은 기준 시점으로부터 과거 10년 동안 지역별 월평균 기온과 표준편차를 추정해 기준 월의 일평균 기온과 월평균 기온 추정치 사이 격차가 표준편차의 2배보다 크면 이상 고온으로, -2배보다 낮으면 이상 저온으로 정의했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과거보다 최근 폭염과 한파의 악영향이 확대됐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분석 대상의 초반 10년인 1999년 6월~2008년 6월 따뜻한 봄의 경우(봄철 이상 고온) 노동 시장이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후반부인 2015년 2월~2024년 2월에는 이런 호조세가 거의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서늘한 봄(봄철 이상 저온)이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최근 10년 동안 강해졌다.
게다가 무더운 여름(여름철 이상 고온)에 따른 충격 역시 기존에는 없었던 악효과가 마지막 10년간 거의 모든 변수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다.
특히 여름 폭염 직후 2~3개월 동안 △농림어업 △건설업 △숙박업 △금융보험업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동절기 한파에 따른 피해 역시 최근 10년 동안 심해졌다. 구체적으로는 도소매업, 부동산 및 임대업에서 부정적 영향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마지막 10년 동안 이상 고온·저온 모두 노동 시장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경향이 더 뚜렷했다"며 "특히 이상 고온이 경제활동참가율, 임금 근로자 수 등에 있어 매우 장기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기후 온난화로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노동 시장에 대한 이상 기온의 악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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