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맞을래 '공장' 지을래…韓 기업 미국행 가속화

‘관세 무기' 트럼프 압박에 대美 투자↑…역대 최고
트럼프, 철강 관세 효과 홍보, '현대제철' 언급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에 서명 행사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오는 4월 2일께 내놓을 계획이다”고 밝히고 있다. 2025.02.1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에 서명 행사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오는 4월 2일께 내놓을 계획이다”고 밝히고 있다. 2025.02.1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우리 기업들의 미국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비싼 땅값에 높은 인건비는 부담이지만, 관세 폭탄을 맞느니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편이 낫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이전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 칩스법)'등에 따른 거액의 보조금 혜택을 통해 투자를 이끌었다면, 트럼프는 '관세'를 무기로 기업들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4월초 국가별 상호 관세 발표 등 '전방위 압박'…美 향한 해외 투자는 '역대 최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주요 교역국에 대한 강경한 '관세 부과'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일(현지시간) 0시부로 모든 중국 상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했다. 캐나다·멕시코에 부과하기로 했던 25% 신규 관세는 한 달 유예했지만, 협상 여하에 따라 강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달 12일부터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도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무관세 쿼터 방식으로 대미 수출을 해 온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4월 초에는 국가별 '맞춤형' 상호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상호 관세 부과 시 상대국의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장벽'까지 포함하겠다고 함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부분 관세를 철폐한 우리나라도 사정권에 들었다.

결국 대(對)미 무역에서 흑자를 거두고 있는 모든 국가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 부과 계획도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하면서 취재진이 자동차 관세 도입 일정을 묻자 "아마도 4월 2일쯤"이라고 답했다. 다만 언급한 날짜가 관세 시행 시점인지, 관세 부과 계획 발표일인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효과가 반영되기도 전이지만, 이미 전 세계의 투자는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자회사인 'FDI 프로젝트'가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 세계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 가운데 미국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의 비율이 2023년 11.6%에서 지난해 1~11월 14.3%로 증가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최고치라고 FT는 설명했다.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는 기업이 외국에서 새로운 시설과 운영을 구축하거나 확장하는 투자를 말한다.

본문 이미지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왼쪽부터 호세 무뇨즈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조태용 주미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 존 오소프 연방 상원의원,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 (현대자동차 제공) 2022.10.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왼쪽부터 호세 무뇨즈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조태용 주미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 존 오소프 연방 상원의원,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 (현대자동차 제공) 2022.10.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관세 폭탄 맞느니…韓 기업 앞다퉈 '미국행'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미국행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7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미국에 처음으로 쇳물을 생산하는 해외 제철소를 짓기로 했다. 현대제철이 '쇳물 생산'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 철강 회사 중 미국에 고로나 전기로를 세운 곳은 없었다. 현대제철의 이번 결정은 높아진 관세 장벽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세아그룹은 텍사스주에 연산 6000톤 규모의 특수합금 공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세아창원특수강의 미국 법인은 1억 855만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투자비를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도 미국 현지에 상공정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상공정은 고로 또는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여타 산업군에서의 미국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풀무원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와 동부 매사추세츠에 각각 두 곳의 공장을 운영 중인데, 올해 완공을 목표로 생산라인 증설에 들어갔다. 미국 내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100%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오뚜기는 캘리포니아주에 새로운 생산 공장 설립을, 농심은 로스앤젤레스에 가동 중인 두 곳의 공장에 더해 추가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들여 4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에 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8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원통형 배터리 및 ESS 전용 공장을 건설 중으로, 2026년 가동 예정이다.

본문 이미지 -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전경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전경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관세 효과' 자랑한 트럼프…"현대제철을 봐라"

미국 백악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현대제철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백악관은 "최근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표됐다"면서 "미국철강협회(American Iron and Steel Institute)와 철강제조협회(Steel Manufacturers Association)를 포함한 미국 철강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을 칭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3월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서도 "이로 인해 미국 전역에 투자 붐이 일었고, 100억 달러 이상이 새로운 제철소 건설에 투입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 노골적으로 해외 기업을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도럴 마이애미 골프클럽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에 참석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를 원한다면 바로 여기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만 한다. 내가 없는 동안 현재 한국산 세탁기는 번창하고 있다"고 한국기업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내가 대규모 철강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미국에는 철강 공장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군사용 물품들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내달 1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겨냥해선 "바이든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모두에게 수십억 달러를 제공했던 것처럼 돈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돈을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 해외 기업은 돈밖에 가진 것이 없다. (미국에 오는 것이) 좋기 때문에 그들은 올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uni1219@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