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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향후 정책금리 결정에 신중한 태도를 예고하면서 한국은행 또한 환율 상승 등을 의식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더욱 부진해진 경기를 고려해 오는 2월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지난해 9·11·12월 연속 인하 이후 4차례 만에 나온 만장일치 동결이다.
시장은 이번 FOMC 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진전'에 관한 문구가 삭제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정문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근접했다"고 표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미국 내 물가에 대한 평가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으로 변한 것으로 확인되자,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결정문 변화를 단순한 '문구 정비(language cleanup)'로 부각하면서, 인하 종료에 대한 우려는 한결 완화됐다.
그 결과 이번 FOMC는 트럼프 2기 정책의 향방을 확인하는 기간을 두기 위한 중립적인 관망 자세가 부각됐던 회의로 요약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시티는 "파월 의장은 중립적 FOMC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연준은 관망 태세를 유지할 것이고, 향후 몇 달간 물가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5월부터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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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기존 1.5%포인트(p)로 유지됐다.
문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2월 25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75%로 0.25%p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10·11월 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기존 3.5%에서 3%까지 인하했으나 지난 16일 새해 첫 금리 결정에서는 환율 상승과 계엄 사태·트럼프 2기 정책 등 불확실성을 이유로 동결했다.
그러나 2월까지 동결을 이어가기엔 경기 부진에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찮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연간으로는 당초 전망(2.2%) 대비 0.2%p 낮은 2.0%로 집계됐고, 특히 작년 4분기에는 기대값(0.5%)을 0.4%p나 하회하는 전기 대비 0.1%에 그쳤다.
해외에서 보는 올해 한국 경제 눈높이는 빠르게 낮아졌다. 올해 성장률 예상으로 JP모건이 1.2%를, 캐피털이코노믹스가 1.1%를 제시했다. 이는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 성장률 추정치 2%를 크게 밑돌아, 자칫 우리나라에 저성장 기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으켰다.
이에 한은의 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게 분석됐다. 이달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전원이 기준금리를 3개월 내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실제로 한은이 2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택한다면, 한미 금리차는 1.75%p로 벌어진다.
이 경우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관망 자세를 예고한 만큼 2월 이후론 한은도 추가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2기 불확실성에 강달러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미 금리차마저 커질 경우 환율이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외환·금융위기, 레고랜드 사태를 제외하고 전례가 없는 수준인 1400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2월을 포함해 한은의 연내 2~3차례 인하를 전망하는 시각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3~4차례 인하 예상이 대다수였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2월 금리를 인하한 이후 트럼프 관련 불확실성이 2분기까지는 높을 수 있어 이후 5월과 7월 인하를 전망하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과 탄핵 사태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