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1450원대 안팎의 고환율이 한 달간 지속하면서 수입품을 통해 국내 물가에 주는 부담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이에 작년 말까지 한시름 놓던 물가 당국도 차츰 경계감을 높이는 모양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와 관련해 "경계감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 정도로 톤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직전 회의인 지난해 11월 직후엔 "물가 수준이 지금 저희 타깃(목표)으로부터 굉장히 많이 내려가 있다. 금리 인하 속도에 있어서 물가에 대한 불안이 완화됐다"고 발언했으나 두 달 만에 경계심을 높인 것이다.
물가를 둘러싼 이런 태도 변화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이어지는 이례적인 고환율이 작용했다.
달러·환율은 지난해 11월 1400원대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으나, 12·3 비상계엄 직후 1410원을 뚫고 연말(12월 30일 종가)엔 1472.5원대를 나타냈다. 1월에도 국내 정치 혼란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전히 1450원 이상의 높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고환율이 한 달간 이어지자, 국내 물가에 주는 부담도 차츰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품과 에너지의 수입 비중이 높아 고환율이 지속될수록 물가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한은이 지난 15일 발표한 '2024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4% 상승해 10월(1.4%), 11월(1.6%)에 이어 석 달째 오름세를 보였다.
수입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실제 국내 소비자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11월(1.5%)보다 0.4%포인트(p) 상승했다. 여기엔 고환율에 석유류 물가(1.0%)가 상승세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통상 수입물가지수는 1~3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최근의 이례적 고환율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환율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사법절차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줄고 있으나, 미국의 고관세 정책, 금리 인하 지연에 강(强)달러 현상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측했던 1.9%보다 0.15%포인트(p) 올라 2.05%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소비가 위축돼 고환율이라도 국내 물가가 팬데믹 이후 수준으로 높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실생활과 밀접한 식품과 에너지 위주로 가격이 오르므로 소비자 체감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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