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한 지난달 한국 증권(주식+채권) 시장으로부터 5조7000억 원 상당의 외국인 자금이 탈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로 많은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권 시장을 이탈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자금은 38억6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지난달 평균 환율인 1434.4원으로 계산하면 5조6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12월 외국인 자금 순유출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3월(-73.7억 달러)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에 해당했다.
전월(-21.4억 달러)에 이은 2개월 연속 순유출 기록이기도 하다.
그만큼 비상계엄 선포, 해제 여파와 관련한 외국인들의 우려가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순유출은 국내 증권 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음을 뜻한다.
주식 자금의 경우, 지난해 12월 25억8000만 달러 순유출로 나타났다. 이로써 같은 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순유출 행진을 이어갔다.
한은은 "국내 반도체 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글로벌 금리 인하 지연 우려 등으로 주식자금 순유출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채권 자금은 12월 한 달간 12억8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이는 전월(8.1억1억 달러)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돌아선 것이다.
한은은 "연말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가 둔화한 가운데 국고채 만기상환, 낮은 차익거래 유인 지속 등으로 채권자금도 순유출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국가 신용 위험을 보여주는 한국 국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12월 평균 36bp(1bp=0.01%포인트)로 한 달 전(34bp)보다 2bp 상승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 또는 기업이 부도를 맞을 경우 손실을 보상해 주는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 상승은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다만 미국 통화 긴축기였던 2022년 10~11월(59bp) 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당시였던 2023년 3월(43bp)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한은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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