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이창용 "KDI '추경 필요없다' 주장 의아…이유 답해야"

"올해 성장률 1.5%보다 낮아지면 재정정책 공조해야"
"추경 20조 넘기지 않았으면…근본적으로는 구조조정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 없다고 한 부분은 의아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KDI는 최근 경제전망 관련 브리핑에서 경기 대응을 위해 추경보다는 상반기 예산 신속 집행과 통화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총재는 "한은과 KDI는 통화정책에 관해 큰 차이가 없다"며 "KDI 발표에서 놀란 것은 경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얘기를 계속했고, 금리 인하는 이미 KDI나 한은의 성장 전망에 반영돼 있을 텐데 추경이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부분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 부분은 KDI가 답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취재진과 이 총재 간의 일문일답.

금융통화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3개월 앞의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분 중에서 네 분은 3개월 내에서도 현 2.75%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말씀했고, 나머지 두 분은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네 분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의 추가 인하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데 대한 우려를 들었다. 그래서 당분간 금리 수준을 유지한 채 여건 변화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두 분은 경기 하방 압력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추가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건 변화를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금리 인하 여력에 대한 우려에 따라 추가 인하 시기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했지만 여섯 분 모두 통화 정책이 금리 인하 국면에 있으며, 향후 데이터를 보면서 인하 시점을 결정해 나가자는 데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금리 인하에 속도를 좀 더 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고, 성장은 재정 정책으로 좀 더 뒷받침하고 금리는 환율이나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서 현재 수준에서 충분히 장기간 머물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은 금리 인하기에 있기 때문에 (금리를) 몇 차례 앞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대가 있고, 현재 저희가 1.5% 성장률을 예측하는 데에도 그러한 예상이 반영돼 있다. 현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그 시점이 지금 빨리 내릴 거냐, 아니면 상황을 보면서 조절할 거냐인데, 저희는 당연히 경기 말고도 그 외의 요소를 보면서 (인하) 시점을 선택해야 한다는 견해다. 재정 정책에 대해서는 만일 1.5% 이상의 경제 성장률이 필요하다고 하면 재정 정책과의 공조가 당연히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재정 정책이 없다고 해서 금리를 지금 예상보다 더 낮추게 되면 환율이나 물가, 가계 부채에 주는 영향이나 지금까지 소중히 여겨 온 금융 안정 기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 지금 (올해 성장률 전망으로) 1.5%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보다 낮아진다면 재정 정책의 공조가 필요하고 금리 정책으로만 모든 경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린다. 또 트럼프 관세 정책이 좀 금리 인하 속도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계엄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이 (성장률에) 굉장히 영향을 미쳤다. 1월 초에 12월 자료와 1월 초 자료를 봤을 때 경제가 너무 빨리 떨어지는 국면이 있어서 저희가 중간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데이터를 보고 있는데 실제로 심리가 인하되는 것만큼이나 소비와 건설 부분 데이터가 좋지 않게 나오고 있다. 또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전이라 관세 정책에 대해 가정할 만한 정보가 없었는데 지난 한 달간 트럼프 관세 정책의 큰 모양이 많이 드러나서 이를 반영해 1월보다 (전망치를) 더 좀 낮췄다. 트럼프 관세 정책은 지금 너무 불확실한 점이 많아서 저희가 어떤 가정을 해서 지금 성장률에 반영해 놓고 있고, 금리 정책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해 갈 것이기 때문에 지금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지난해 11월 기자 간담회 때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면 성장률은 0.07%포인트(p) 상승효과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현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나.

계량적으로는 25bp 금리를 인하하면 성장률은 0.07%p 올라갈 수 있다는 게 계량적인 답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지난 하반기에 두 차례 금리 인하한 것들을 고려하면 올해는 한 0.15%p 정도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것을 이미 반영해서 (예측) 모델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금리 인하 상황에서 현재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고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 그냥 평균적인 계량 모델을 통해서 평균적으로 한 금리 인하의 효과가 이런 불확실성이 있다 보니까 사실 12월, 1월에 지출이 안 일어나는 일이 벌어졌다. 빨리 이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 금리 결정은 경기 부양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이는데, 부작용에 대한 우려 사항은 없었나. 부진한 내수 경기가 살아나면서 가계 부채 증가 폭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있다.
본문 이미지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지금까지 저희가 볼 때는 서울 지역의 부동산 거래 허가제가 좀 완화된 쪽은 가격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데 다른 부분까지 번져나가는 정도는 아직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 지방 부동산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더 인하 기조로 가게 되면 여기에 미칠 영향은 반드시 더 봐야 한다. 저희는 부동산 가격을 직접 보기보다는 여기에 기름을 부을 가계 부채 증가가 얼마나 증가하느냐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다행스럽게 가계 부채는 1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2월에는 다시 3조 원 이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정도면 제 생각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로 이전 수준에서 유지됐다. 하반기 내수 회복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자극받을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

물가 상승률은 환율에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이다.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계속 유지되면 당연히 물가 상승률에도 영향을 준다. 다만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물가는) 어느 정도 저희가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1.9%를 예상했다. 다만 환율로 인해서 수입 물가, 특히 농수산물이 많이 올라간 상태다. 사실 물가를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물가 상승률도 걱정하지만 특히 생필품의 물가 수준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많은데 이 문제는 통화 정책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다. 우리가 계속해서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소비자가 희생하는 방식을 계속하면 이 문제는 전혀 해결이 안 된다. 생산자 보호와 소비자 보호에 대해 균형 있게 접근해서 물가 수준 문제에 대한 구조 조정을 하는 게 정말 필요하다.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규모로 20조 원 정도를 언급하셨다. 이 정도 규모를 초과하는 추경이 실행된다면 통화 정책의 경기 부양 역할이 조정될 수 있나.

추경 규모는 저희가 현재 1.5% 정도 성장을 예측할 때 저희는 한 15조~20조 원 정도를 하게 되면 성장률을 0.2%p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계산하면 (성장률) 1.5%가 1.7% 정도 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 이상의 규모로 (추경 편성을) 하는 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추경은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떨어졌을 때 이를 보완하는 역할이지, 옛날과같이 (성장률이) 뛰게 만드는 그런 효과를 내도록 하면 그다음에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재정 정책으로 이렇게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는 재정은 올해 늘어나면 내년에는 그보다 더 늘어나지 않으면 마이너스 효과로 작동한다. 올해는 성장률을 올려서 좋아 보이지만, 많이 하면 내년에는 그보다 더 많이 하기 전에는 성장률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더 많이 하려면 우리나라의 장기 재정 건전성에 영향도 있고 그래서 사실 성장률을 조금 올려서 고통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성장률이 낮아진 원인은 구조적인 해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저는 (추경을) 20조 이상 규모로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다.

한은이 내년 경제 성장률로 1.8%를 예상하고 있다. 2% 잠재성장률을 뛰어넘을 수 없고 반등하지 못하는 것인데, 내년과 내후년 경제 성장률 방어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나.

저는 내년도 성장률이 1.8%가 되면 괜찮은 성장률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트럼프 관세 정책 때문에 어려운데 우리가 잠재 성장률보다 더 크게 우리 혼자서 막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의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 있어서 1.8%면 위기다, 힘들다(는 인식이) 너무 퍼져 있다. 우리가 구조 조정을 그동안 안 해 왔고, 기존 산업에만 의존하고 있었는데 그 기존 산업은 지금 중국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을 키우지 않고 지금 고령화가 되는 사회에서 해외 노동자도 안 데려오고 노동력은 계속 떨어지고 기존 산업은 경쟁하기 힘들고 이럴 때 우리가 1.8% 이상의 성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재정 동원하고 금리 낮추는 것(뿐이다). 그렇게 되면 가계 부채가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재정도 이상해지고 나라 전체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저는 내년도 성장률이 1.8%가 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실력이라고 생각하고 그것보다 더 높은 성장을 하려면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

2.75%의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와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또 추가 인하 여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2.75% 정도면 중립금리 모델의 상단에 있거나 아니면 모델에 따라서 약간 상단보다 위쪽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중립 금리의 중간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추가 인하에 대해서는 지금 시장에서 대부분이 이번 인하를 포함해 2~3번 정도라고 보고 있다면 지금 저희의 기대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그 타이밍은 저희가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

제일 억울한 것은 저희가 계속 금리 인하 기조에 있다고 하는데 한은이 실기를 했다,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보도가 된다는 점이다. 작년 8월에는 가계 부채 때문에 1~2달 정도 (인하를) 늦췄고 이번 1월에는 환율 때문에 한 달 정도 늦췄는데 사후적으로 결과를 봤을 때는 가계 부채를 잡는 데 큰 도움을 줬고 지금 환율 변동성도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 잘 조정하고 있으니까 좀 맡겨달라. 자꾸 실기했다고 얘기하지 마시고 더 잘할 수 있으면 그다음에 한국은행 총재가 되신 다음에 하시면 좋을 것 같다.

본문 이미지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5.2.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5.2.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주에 경제 전망 발표하면서 재정 정책보다 통화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KDI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1.6%로 한은(1.9%)보다 훨씬 낮은데 이 차이는 어디서 온 건가.

통화 정책에 관해서는 (한은과 KDI가) 큰 차이 없는데 제가 최근 KDI 발표에서 놀란 것은 경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얘기를 계속했고, 금리 인하는 이미 KDI 성장률 전망이나 우리 전망에 반영돼 있을 텐데 추경이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부분은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건 KDI가 답해야 할 것 같다.

물가의 경우 저희는 환율 요인은 상방 요인, 경기 요인은 하방 요인이고 이게 좀 상쇄돼서 저희는 올해 1.9%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1.6%를 가정하고 있는 것은 어떤 요인 때문인지 KDI에 물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전망이 서로 누가 맞느냐고 할 때 변수 중에 가장 큰 건 유가와 환율이 어떻게 될 거냐에 달려 있을 텐데 유가와 환율은 예측하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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