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전공의 대표 또 충돌…단일대오 '흔들'

박단 "공동위원장 제안받은 적 없어…임 회장 발언에 신중을"
4년 전에도 의협-전공의 갈등…전공의 대표다운 '책임감' 지적도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 2024.4.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 2024.4.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대증원 사태 국면에서 의료계를 대표하는 두 축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또다시 충돌하면서 '단일대오' 전선에 금이 가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협의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범대위) 제안을 거절한다는 글을 올렸다. 의협은 범대위를 통해 의대 교수, 개원의, 전공의 등 의사들이 단일대오를 이루고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앞서 의협은 △의대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 즉각 소급 취소 등 '3대 요구안'을 내걸고 전날(18일)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를 주도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범대위 출범을 예고하면서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에게 범대위 공동위원장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단 위원장은 "현재 상황에서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면서 범대위 공동위원장을 제안했다는 의협 발표에도 "들은 바 없다. 이런 소모적인 발언이 오고 가는 작금의 사태가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의협의 무기한 휴진 선언을 두고도 "의협 대의원회나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임현택 회장은 대외 입장 표명을 더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 임 회장에 대해 여러모로 유감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13일 밤 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개입하고 싶지 않다. 전면 불개입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취소, 진료유지명령 취소,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5.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취소, 진료유지명령 취소,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5.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이는 박 위원장이 의협의 '범대위' 추진 소식에 "임현택 회장은 뭐 하는 사람이죠? 중심?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건지"라는 글을 남긴 데 대한 속내로 비쳤다.

박 위원장은 임 회장의 카톡 대화방 글에 대해 "'전공의 문제', '전면 불개입', '그립'과 같은 단어 선택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사이며, 이를 통해 현 사태에 임하는 임 회장의 자세가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사직 전공의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정부가 사직 전공의의 복귀를 원한다면 전공의와 이야기하면 된다"며 "다만 (자신은) 용산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만나고 왔다. 대화는 할 만큼 했다.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지금, 추가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의협의 3대 요구에 대해 "대전협 7가지 요구에서 명백히 후퇴한 안이며, 대전협 비대위는 이 요구안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임현택 회장은 최대집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은 400명씩 10년간 의대증원을 한다는 2020년 정부 발표로 의료계가 총파업을 할 때 독단적으로 여당(더불어민주당)과 합의문을 체결해 전공의들의 큰 반발을 산 바 있다. 박지현 당시 대전협 회장과 최 전 의협 회장은 수년간 손해배상, 명예훼손 소송전도 벌였다.

이를 계기로 의협에 대한 신뢰가 전공의들 사이에서 상당 부분 깨졌다고 의료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대화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박 위원장이 불참 선언 등으로 찬물을 끼얹고 임 회장과 갈등을 겪는 일 또한 소모적이라는 내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사직 전공의는 뉴스1에 "박단이라는 개인이 사회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혼란을 키우고 있다. 한마디로 떼쓰는 모습이다. 전공의를 그만두고 대표가 아니라며 혹은 대표 역할을 하지도 않으면서 왜 아직 조직을 유지하고 대표를 참칭하는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및 참석자들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주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6.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및 참석자들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주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6.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전공의 때 전공의 단체장을 경험한 바 있는 한 수도권 의대 교수도 "투쟁하고 나면 정리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주도자는 명확하지 않고, 전공의 개인들의 사직으로 시작됐다. 요구안이 있기는 한데 협상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의협도, 교수도 믿지 않을 거라면 전공의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항복만을 기다리는 것 역시 문제다. 책임 있는 전공의 대표라면 나서서 매듭짓는 모습, 일선 전공의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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