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바이오, 의료공백 장기화에 '비상'…'투자·임상·영업' 3중고

"처방 감소 뚜렷…장기화 대비 상황 예의주시"
"일부 임상 후순위 밀려"…신규 의료서비스 병원 진입 난항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 남은 의료진이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2024. 5. 23/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 남은 의료진이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2024. 5. 23/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사태가 길어지고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제약 업계는 아직까지 의약품 처방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2분기 실적을 지켜본 뒤 의료공백 장기화 대응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바이오 업계는 3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급감한 신규 투자 여파와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축소에 더해 의료 공백에 따른 임상시험 지연과 영업 난항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7년만 의대 증원 확정…의료계 "원점 재논의만이 유일한 해법"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24일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고 의대 정원이 늘어난 31개 대학의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이로써 1998년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이후 27년 만에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이로써 대교협 심의를 받지 않는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가 내년 입학정원을 80명(증원분 40명 포함) 선발하기로 해 전국 40개 의대 모집정원은 전년도보다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결정됐다.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는 "지금이라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철회하고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택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학생과 교수, 온 의료계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끝내 망국적 의대 증원을 강행한 정부의 폭정은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국 19개 의과대학 교수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의대증원 확정 때 하기로 한 '일주일 휴진'을 철회하면서도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위해를 가할 경우 앞서 결의한 대로 (일주일간 집단 휴진)을 강행한다고 전했다.

전공의는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지난 2월 19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 날부터 병원에서 이탈한 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원내 처방 감소 뚜렷…장기화 우려"

제약 업계는 의료 공백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지만 부정적인 여파가 아직 확대되진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상위 주요 제약사는 의료 대란에도 1분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제약사 1분기 매출은 유한양행 4331억 원, 한미약품 4037억 원, GC녹십자 3568억 원, 종근당 3535억 원, 대웅제약 2966억 원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성장했다. 종근당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 줄었지만 감소 폭이 크지 않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대형병원 원내에서 처방이 많은 항암제, 수액 등을 주력 제품 포트폴리오로 갖추고 있는 기업은 다소 어려운 상황이 있었을 수 있다"면서 "기업마다 다르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타격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2분기 실적을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의료공백 우려가 컸던 지난 2~3월에는 제약사의 영업사원 방문 자제와 제품 심포지엄 지연, 학술대회 연기 등으로 영업활동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시기 조율 등의 영향이 있긴했지만 실질적으로 심포지엄이나 학술대회는 기존처럼 개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형병원에서 처방되던 약물 만성질환 치료제 등은 종합병원이나 개원가에서 처방되고 있다"면서 "의약품 처방 채널이 다변화하고 있어 아직 직접적인 매출 하락 타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급변하면서 장기화할 경우에는 심각하게 어려워질 수 있어 예의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바이오 업계 "망하는 길만 남았다…정부, 산업계도 고려해야"

바이오 업계는 심각한 사태에 처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 급감, R&D 지원 감소, R&D 지연 등으로 생태계 자체가 망가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망하는 길만 남았다고 봐도 될 정도"라고 했다.

업종별 신규투자 금액(단위 억 원).(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제공)/뉴스1 ⓒ News1
업종별 신규투자 금액(단위 억 원).(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제공)/뉴스1 ⓒ News1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벤처기업 신규투자 규모는 2019년 1조 1033억 원, 2020년 1조 1970억 원, 2021년 1조 6770억 원으로 증가했다. 2022년 1조 1058억 원으로 급감한 후 지난해에는 8844억 원을 기록하면서 줄었다.

의약품 R&D 관련 예산도 대폭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국가 신약 개발 사업예산은 약 64억 9400만 원으로 지난해 411억 9000만 원 대비 약 346억 9600만 원 줄었다. 전년 대비 84.2% 감소한 규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바이오 산업 전체가 심각하게 어렵지만 신약개발사는 더욱 혹독한 상황이다. 더 짜낼 것도 없다"면서 "투자금, 지원금 감소를 비롯해 의정 갈등으로 의료계와 소통이 어려워져 임상 일시 중지, 공동 연구 중단, 공동 사업 지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의정 갈등 여파는 신약개발사뿐만 아니라 병원에 의료 소비재나 일부 서비스를 공급하는 2차 바이오 기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의료계를 설득하는 것 외에도 바이오 산업계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생 의료 인공지능(AI) 업계는 대규모 데이터를 보유 중인 대형병원과 협력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팅 자체가 불가해 영업도 불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 AI 업계 관계자는 "병원 방문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앞서 대형병원과 다양한 협력과 도입 등을 논의했지만 모두 중단됐다"면서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딱히 없어 비용을 줄이면서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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