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오랜 시간 차를 타면 멀미가 나는 경우가 있다. 멀미는 뇌에 전달되는 귀 안쪽의 전정기관 신호와 시각 신호가 일치하지 않을 때 나타내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승차 시 사람의 시각은 고정돼 있지만, 균형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전정기관은 불규칙한 가속도를 느끼며 고정돼 있지 않아 감각이 서로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토 및 어지러움, 두통 등이 나타난다.
멀미 치료제는 이러한 신경 신호에 관여해 멀미를 예방한다. 하지만 한때 '악마의 숨결'로 불릴 정도로 해외서 강력한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물질로도 주목된 바 있다. 멀미를 잡는 세기의 명약과 경계해야 하는 환각제를 넘나드는 성분 '스코폴라민' 얘기다.
◇1880년 독일 과학자, 분리 성공…'악마의 숨결' 별칭 붙은 까닭?
스코폴라민은 우리에게 익숙한 귀 밑에 붙이는 형태의 멀미약 '키미테패취'(키미테)의 주성분이다.
스코폴리아로 알려진 밤나무과의 특정 식물에서 생성되는 주요 활성성분이다. 1880년 독일 과학자 알베르트 라덴부르크가 분리했으며 1881년 처음 사용됐다. 1900년쯤에는 마취에 쓰이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량으로 인한 환각효과로 향정신성 약물로 사용되기도 했다.
착란, 환각 등이 스코폴라민의 이상반응으로 꼽힌다. 2008년 노르웨이에서 스코폴라민이 함유된 가짜 수면제를 섭취한 20명 이상이 정신병으로 입원한 사례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에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스코폴라민과 관련해 "최근 악마의 숨결이란 이름의 신종 마약이 남미지역에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따라서 스코폴라민은 의약품으로 쓰일 때 정해진 용량이 있다. 일반의약품인 만큼, 약사의 복약지도가 필요하다.
◇키미테,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작용 억제로 멀미 예방 효과
스코폴라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키미테는 어떠한 원리로 멀미를 예방할까. 키미테는 198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40년 가까이 국민 멀미약으로서 입지를 지켜왔다.
성인은 1회 1매(스코폴라민 1.5㎎)를 귀 밑에 붙이면 된다. 이 성분이 몸에 흡수되면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작용을 억제, 전정기관으로부터의 신호 전달이 줄어들어 멀미 증상을 예방한다.
어린이용 키미테도 따로 있다. 다만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어린이용 키미테는 2013년부터 의사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됐다. 1988년 허가된 어린이키미테는 체중 20㎏ 이상인 8~15세 어린이가 1회 1매(스코폴라민 0.75㎎)를 붙여서 사용한다. 7세 이하는 사용하지 않는다.
키미테는 승차 전 최소 4시간 전, 귀 뒤의 털이 없는 건조한 피부 표면에 부착한다. 약 성분이 눈에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제품 부착 후 손을 씻어야 한다. 패치 1개의 효과는 3일 동안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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