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지난 1년 2개월간 이어진 전공의·의대생의 집단행동이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도 정부와의 '투쟁'과 '협상'을 두고 연일 격론이 오가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전날(20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의협 측에 따르면 의대생 6000명을 포함해 약 2만 5000명이 참석했다.
의협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포함한 정부의 의료정책 전반을 중단하고, 전공의·의대생이 제시한 요구안을 중심으로 보건의료 정책을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내려진 행정명령에 대한 정부의 사과도 촉구했다. 그러나 전공의, 의대생 복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여러분이 시작한 외침은 옳았다"며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싸움을 함께 시작하자"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정말로 위한다면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태를 조속히 수습해야 한다"며 "우리(전공의와 의대생)는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각자 자리에서 각자 방식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A 씨는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미래의 의사들은 더 나쁜 환경에서 일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며 "학생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 의대 총장, 보건복지부가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일 정부, 여야를 압박하며 투쟁을 이어가는 의료계를 두고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투쟁 명분을 재정립하고 실리를 위해서는 협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소재 종합병원장 B 씨는 "윤석열 정부도 이미 끝났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대 증원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는데, 더 이상 뭘 얻으려고 투쟁을 하나 싶다"며 "필수의료패키지를 철회하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소재 종합병원의 외과 교수 C 씨는 "'의료 정상화'를 정부에게만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며 "이제는 전문가 집단인 의협이 정부와 한자리에 앉아서 의료 정상화를 위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의대 내에서도 감지된다. 수도권 의과대학의 교수 D 씨는 "학생들이 미등록 휴학으로 수업을 거부하는 상황을 처음 본다"며 "의대생의 미등록 휴학은 묵인하면서도, 동일한 방식의 휴학을 신청한 타 전공 학생들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선례는 대학 전체 학사운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전날 열린 의협 총궐기대회와 의료개혁 지속 여부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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