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시사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 등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박'의 이면에는 '리쇼어링'(생산기지 복귀) 유도 전략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10일(현지시간) 향후 5년간 미국 내 생산 및 연구개발(R&D) 기반 확대를 위해 총 230억 달러(약 33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를 통해 10개의 시설을 확보할 예정이며, 이 중 7곳은 신설된다.
구체적으로 노바티스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11억 달러 규모의 생물의학 연구 중심지 1개를 설립한다. 이는 미국 내 2번째 글로벌 R&D 시설이 될 예정이다. 오는 2028년~2029년 완공이 목표다.
또 플로리다와 텍사스에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 생산시설 2곳을 신설하고, 인디애나폴리스(IN), 밀번(NJ), 칼스배드(CA)에 위치한 기존 RLT 생산시설 3곳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노바티스는 RLT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노바티스는 이번 투자로 약 1000개의 직접 고용 일자리와 함께 미국 내 간접 고용 포함 총 5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예상한다. 노바티스는 향후 미국에서 종양학, 면역학, 신경과학 등 기존 생산 역량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노바티스는 "미국은 자사에 있어 우선순위 시장"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주요 기술 플랫폼에 대한 미국 내 생산 역량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속속 미국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앞서 일라이 릴리는 270억 달러(약 39조 원)를 투자해 5년 내 가동을 목표로 미국 내 4개 제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역시 해외 제조시설을 미국 기존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존슨앤드존슨(J&J)도 향후 4년 동안 미국에 550억달러(약 80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MSD 역시 미국 내 생산 시설 확대 계획을 알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압박에 대응해 글로벌 빅파마들이 잇따라 '미국행'을 선언하고 있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기 투자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글로벌 빅파마의 미국 내 투자 확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기조가 불투명한 데다 의약품 관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M&A나 기술 이전 투자를 결정하기보다 자국 생산 시설 등에 투자 확대를 우선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국적제약사들이 최근 미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추가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한 노력을 일환으로 해석된다"며 "미국 내 투자 소식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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