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이젠 '현실'…"현장 반영할 '기구' 만들어야"[의정갈등 1년 출구는]③

정부, 신뢰 회복이 우선…14일 '추계위' 공청위 '관건'
필수·중증의료 강화, '법적 보호' 우선…수가 인상도 논의해야

본문 이미지 - 오는 3월부터 1년간 수련을 이어갈 인턴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221개 수련병원은 이날부터 이틀간 상반기 인턴 모집을 실시한다. 모집 대상은 지난해 사직한 인턴 임용포기자 2967명이다. 2025.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오는 3월부터 1년간 수련을 이어갈 인턴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221개 수련병원은 이날부터 이틀간 상반기 인턴 모집을 실시한다. 모집 대상은 지난해 사직한 인턴 임용포기자 2967명이다. 2025.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지난해 의대 증원 발표로 촉발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 사태가 이어진다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 필수의료 기피, 의료인력 부족 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정 사태 봉합을 위해서는 전공의 및 의대생 복귀, 정부와의 소통, 보건의료체계 개편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서는 오는 14일 열리는 '의료인력 추계 위원회' 관련 공청회에서 의대 증원을 의대증원을 과학적으로 논의하는 주체가 정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공백 피해 '최소화'가 우선…정부는 '방향성', 세부정책은 전문가에게

의료계는 1년간 이어진 '의료공백'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며,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뉴스1에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한쪽에선 규제 정책을, 다른 한쪽으로는 인력과 재정 지원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어떤 목표를 세우느냐에 따라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는 특정 계층과 환자가 생길 수도 있고, 피해를 널리 공유해 집중되지 않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의료계에) 공유돼 개별 그룹의 피해는 적어지더라도, 중증환자, 고령층 등 위험도가 높은 그룹은 (의료여력이 부족해) 사망률 증가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위험도가 낮은 그룹은 고위험도로 이행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기구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정부가 할 일은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고, 이 부분이 국민 동의를 얻게 되면 (의료 정책의) 세부 내용은 전문가 집단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미국 보건의료정책국장(SIC) 구조처럼 보건의료 정책을 관리하고 방향을 제시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정부에서는 '(경증, 중증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가 응급실을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는지' 혹은 '중증 환자만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 등 큰 방향성 정도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의료계 전문가들이 현장에 남아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력을 계산해 응급의료 체계를 어떻게 운영할지 회의를 하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턴·전공의 복귀 기다려선 안 돼…필수의료 수련할 환경부터 마련해야

의료계는 필수의료를 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인턴,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의대증원으로 의사가 많이 배출된다고 할지라도 이들이 필수·중증 의료에 종사하거나, 지역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는 "필수의료를 평생 업으로 해도, 자기계발과 성취를 이루며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부의 정책과 지원들이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아직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인턴, 전공의 수련을 받겠다는 의사들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설 연휴 응급의료체계 유지 특별대책에 따른 응급실 진찰료 한시 수가 지원 등) 이번 사태 동안 인상된 수가는 한시적에 그쳐서는 안된다"며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 인상과 인상분의 50% 이상 진료 전문의 직접 보상 대책과 같이 현장에서 반응이 좋고 효과가 검증된 대책은 상시화 및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수·중증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망환자가 많은 일부 과에서는 의료진을 향한 고소, 고발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법무팀이 있는 대학병원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일선 병의원에서는 의사 개인이 직접 변호사를 고용해 의료 소송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민사소송의 경우 보험에 가입해도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의료 행위의 결과에 대해 민사가 아닌 형사처벌이 당연시 되는 현실에서는 누구도 위험한 의료행위에 나서기가 불가능하다"며 "의료행위 결과에 대해서 무조건 면책을 바라는 것은 아니며 의료 행위 역시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의사들이 마음 놓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문 이미지 -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3일 제9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2025년 첫 대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2025.1.23./뉴스1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3일 제9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2025년 첫 대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2025.1.23./뉴스1

의정 갈등 분수령 될까…의료인력 추계 공청위 '기대감'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정 갈등 봉합의 분수령으로 이달 14일 열리는 의료인력 추계 공청회를 주목하고 있다. 공청회 특성상 이날 결론이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당정과의 공식 만남에 처음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의정갈등이 봉합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의협은 내년도 의대 신입생을 뽑지 않거나 감원해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숫자에 상관없이, 동결·증원·감원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대 정원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인 셈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결과적으로 숫자가 변경될 것"이라며 정원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이달 내에는 의대 증원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며, 속도감 있게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추계위가 의대 정원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추계위가 의대 정원을 결정할 수 있는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지난달 20일 추계위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추계위에 완전한 독립성을 부여하고 의결기구로 역할을 부여해 추계위 결정이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추계위를 두고 (정부, 국회에서) 이전처럼 '(의대) 정원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결정이 나서는 안 된다"며 "의료계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이 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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