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저를 믿고 수술을 맡겨주신 보호자와 동물을 살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수술실에서 밤낮으로 보낸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전북대학교 수의대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본원에서 10년 차 수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세훈 원장이 최근 한국수의외과학회 제1차 수의외과 인정전문의로 선정됐다. 개원가 인정전문의 자격은 박사학위 소지 및 10년 이상 임상 경력, 최근 5년간 1500건 이상 수술 실시 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춰야 한다.
지난 17일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본원에서 김세훈 원장을 만났다. 단 5명의 개원가 인정전문의로 선정 소감을 묻는 말에 그간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김 원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격 서류 제출을 위해 대학 시절 자료부터 찾아보며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고생이 보답받는 것 같아 영광스럽고 앞으로 열심히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총 3174건. 그가 10년간 수술한 횟수다. 중성화수술이나 스케일링 같은 수술은 제외했다. 최근 5년으로 보면 1933건으로 매일 1건 이상 수술을 하며 달려온 것이다.
수의외과의로 사는 그의 얘기를 들으니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주인공들 모습이 겹쳤다. 퇴근 시간 집에 가다가도, 친구들과 마음먹고 여행을 가다가도,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그대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삶. 김세훈 원장도 3일 이상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불시에 찾아오는 응급질환 환자, 예상치 못한 스케줄로 새벽, 휴일 할 것 없이 동물병원 수술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동물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사명감 없이는 절대 못 할 일이죠."

수많은 수술 중 기억에 남는 환자(환견·환묘)는 누구일까. 그는 고령임에도 어렵게 수술을 선택했고, 여생을 편하게 누리게 된 동물들을 떠올렸다.
"양쪽 다리 모두 슬개골 탈구에 십자인대 파열로 걷지 못했는데 수술 후 재활치료를 병행해 걷게 된 16살 말티즈(몰티즈), 19살 초고령인데도 허리디스크 수술 후 1년 반을 편하게 살다 간 닥스훈트처럼 노령인데도 다시 보호자와 행복을 찾은 모습을 볼 때 외과수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김세훈 원장이 외과의로서 가장 힘든 것은 불안정한 스케줄도, 수술실에서 방사선과 강한 빛의 무형등에 오래 노출되는 것도 아니었다.
"수술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의 환자인데, 보호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순간을 맞닥뜨릴 때 무엇이 최선일지 고민되고 생명에 대한 부담이 크게 다가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보호자들이 너무 병이 깊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가벼운 증상을 보일 때 망설이지 말고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받길 원했다.
"저도 세순이를 키우다 떠나보내고, 현재 3살인 테리를 키우는 반려인이라서 개를 진료할 때 제 반려견 생각이 많이 납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수의사로서 그리고 한 반려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할 테니 믿고 맡겨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세훈 원장에 따르면 반려동물 수명이 늘어난 것을 증명하듯 최근 급격히 늘어난 수술은 종양 수술이다. 특히 2차 병원인 로얄동물메디컬센터는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냉동절제술 등 종양 치료와 관련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로컬 병원에서 하기 힘든 고난이도 수술과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동물들의 치료가 많이 의뢰된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외과수술센터의 장점은 다양한 진료과와 협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호자들을 위한 수술 참관실과 보호자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입원실도 제공된다.

"수의사가 모든 분야를 다 알 수 없는데, 각자 다른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 보니 협진을 통해 다양한 해석과 방향에서 치료와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인터뷰 내내 수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한 그의 목표는 외과수의학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인정전문의로서 최신 수의학 지식을 계속 습득하고, 다양한 수의사들과 교류하며 수의학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병원 내에서는 후배들에게 지식을 전달해서 좋은 수의사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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