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 바꾼다는데…의료계 "불가능"

의료계 "수가 현실화 해야…중증, 경증 환자 나누기 힘들어"
중환자 침대 구매에만 4000만원…"수가 인상으로 유지 어려워"

 12일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모습 2024.7.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12일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모습 2024.7.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가 '빅5'를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을 본연의 기능인 중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구조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일반병상을 확 줄이고 중환자 비율이 50% 이상 되어야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될 수 있다.

의료계에선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대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열고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반 병상의 비율을 줄일 계획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들을 대상으로 2027년까지 지역 병상 수급 현황과 현행 병상 수, 중증환자 진료 실적 등을 고려해 병원별로 일반병상을 5~15% 감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병원 측이 다인실을 2~3인실로 전환하거나 중환자실을 확충해 중환자 입원비율이 절반 이상인 중증환자 중심 입원 시스템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른 보상도 강화한다. 구조 개선을 하면 '성과 기반 보상체계'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진료와 수술 수가를 대폭 올려서 이들 대형 병원 의사들이 중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선 병원에서는 경증, 중증 환자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기준 또한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고혈압은 질병만 보면 경증이지만, 고혈압으로 인한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큰 병원에 가야하는 시스템"이라며 "단순히 질환만 가지고 경중, 중증을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어떤 기준으로 경증과 중증을 나누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수가 인상과 관련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중환자실 수가와 입원료를 종전보다 크게 높이고, 응급진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당직 인력을 채용할 경우 당직 수가를 시범 도입해 보상한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수가, 중증수술 수가 등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수가를 올릴 예정이다.

수도권 소재 내과 교수는 "정부는 필수의료 수가를 높여준다고 얘기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처치에 대한 수가를 어떻게 올릴 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며 "중환자실 수가, 입원료 상승 등을 한 번에 하면 상당한 재원이 들텐데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일선 대학병원에서는 중증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시설투자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소재 외과 교수는 "중환자실에서 사용하는 초음파 기기는 약 5000만원, 심폐소생기계는 2000만원, 제일 저렴한 전동 침대도 4000만원,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와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는 수 억원에 달한다"며 "경제적으로 충분히 지원된다고 해도 중환자실은 항상 의료소송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잘 가지 않는데, 시설 투자 등 지원도 없으면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정부는 무기한 휴진 중인 고대안암병원, 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수련병원들에게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을 보류한 상황이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경영난에 시달려온 수련병원들은 정부에 건강보험 급여를 미리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빅5 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부 대학병원은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적자를 메꾸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과잉 병상 공급'이 우려되는 지역에 병상을 늘리지 말라며 공문을 보낸 상황이라, 분원 설립을 통해 수익을 얻는 방향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병의원과 협력해서 환자 중증도에 맞춰 환자를 분배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도록 구조도 전환할 방침이지만,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권역 내에 있는 종합병원을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하고, 이들이 의료 자원과 환자 등록 등을 공유하고 관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과 일선 병의원과의 라포 형성도 중요할 뿐더러, 진료 시스템이 달라 환자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사실상 상급종합병원에서 결국 일선 병의원에 진료시스템 등 시설을 깔아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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