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빠진 채 정부에 "대화하자"…내부서도 '설왕설래'

올특위, '의정 협의 참여' 의사 밝혀…전공의는 '요지부동'
"유연한 태도 가져야" vs "앞장서 싸우는 후배 힘 빼지 마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범의료계 조직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의 행보를 두고 의료계 내부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에 7대 요구안을 제시한 후 '탕핑'(아무것도 하지 않고 드러눕다'는 의미의 중국 신조어)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전공의가 올특위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에 의정 협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특위는 지난 22일 첫 번째 회의를 열고 "형식, 의제에 구애 없이 대화가 가능하다는 20일 정부 입장을 환영한다"며 "2025년 정원을 포함한 의정협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시도의사회, 의협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올특위는 구성부터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의협이 범의료계 협의체를 꾸리면서 전공의 대표를 공동위원장에 합류시킬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임현택 의협 회장을 공개 저격하며 "범의료계 대책 위원회에 안 간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협은 의대교수 대표, 시도의사회 대표, 전공의 대표를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교수 추천 위원 3명, 전공의 추천 위원 3명, 시도의사회 추천 위원 2명, 의협 2명, 의대생 대표 1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된 올특위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박단 위원장은 "사직한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올특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정부에 제시하는 3대 요구안은 대전협의 7대 요구안에서 명백히 후퇴한 안"이라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내용이 담긴 7대 요구안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대전협의 이 같은 행보에 의료계 내부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의료계 내부에 분열을 일으키면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들을 비판하는 것이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전공의들에게 "너희가 총대메고 나머지는 꼽사리 끼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라는 글을 남긴 한 50대 개원의 A씨의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개원의는 박단 대전협 회장이 임현택 의협 회장을 저격한 글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적은 것이다.

A씨는 "솔직히 정부 정책은 50대 이상 개원의, 봉직의에겐 남 일이지만 후원, 휴업, 집회도 참여하고 인터넷에서 설전을 벌이며 같이 분노하는 이유는 전공의와 학생들이 불쌍하고 안타깝기 때문"이라며 "너희를 이용해먹는 게 아니다. 내가 손해볼까봐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니 의사들의 대표에 공개 저격을 삼가라"고 전공의들을 비판했다.

이에 노 전 회장은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도 버거운 싸움에서 언제나 그래왔듯이 '나잘남'으로 분열하는 의사들을 보며 지난 2월 6일 이후 오늘 처음으로 현타가 온 것이 사실"이라며 "언제나 외부 문제가 아니었다.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내부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필수의료과 전문의는 "2020년 사태를 겪었으니 당연히 의협에 대한 불신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굳이 공개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겠느냐"며 "선배의사들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적에게 내부 분열을 광고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으면 정부는 대화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굳이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답이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전공의도 너무 자신들의 의견만 고집하지 말고 상황에 맞는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0일 오전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전공의 부재로 인한 비상진료체계를 알리는 안내가 전광판에 나오고 있는 모습. 2024.2.20/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지난 2월 20일 오전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전공의 부재로 인한 비상진료체계를 알리는 안내가 전광판에 나오고 있는 모습. 2024.2.20/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반면 끝까지 전공의들의 행동을 믿고 지지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자신들의 미래를 걸면서까지 넉달째 병원 현장을 떠나 있는 전공의를 배제하고 정부에 협의 참여 의사를 전한 올특위에 대한 비판도 크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100일 넘게 인생을 걸고 싸우고 있는 후배들을 배제하고 의대 정원을 포함한 의정 협의를 한다는 것이냐"면서 "내부 단결, 투쟁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소식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장서서 싸우고 있는 후배들 힘을 빼는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정부 태도가 바뀐 것은 전공의와 학생들의 일관성 때문이지 교수들이 어떤 전략을 써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나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버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를 위해 싸우겠다며 사직과 휴진을 선언했던 교수들에 대한 일침도 나왔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전공의들이 사직할 권리라도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게 교수들의 집단휴진이었지만 희망고문이 됐다"며 "이제 교수는 어쭙잖게 전공의, 학생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쓸데없는 희망고문을 하지 말고 전공의들이 할 일을 찾아서 꿋꿋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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