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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조현병 동생 방치한 70대 누나…"우리는 왜 몰랐을까"

가족이나 본인만 관리시스템에 등록 가능…'사각지대' 필연적
"강제적으로 치료 개입할 수 있어야"…일부선 "인권 침해 우려"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2024-01-25 06:3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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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한겨울 냉기가 가득한 방안에서 중증 조현병 환자 A씨(59)가 방치된 채 발견됐다. 벽에는 대소변 자국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는 영양불량으로 생명까지 위독한 상태였다. A씨의 누나 B씨(76)는 종교적 이유로 20여 년간 동생의 치료를 거부했다. 

#2. 지난 2022년 조현병을 앓던 남성 C씨가 80대 어머니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다니던 정신병원이 폐업하면서 C씨는 4년간 약만 복용했다. 그러다 약이 자신의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착각에 빠져 약 복용을 권하는 어머니를 살해했다. 
첫번째 사례는 최근 서울 동부지검이 B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년이나 A씨가 방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신장애인 가족협회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현재 시스템은 가족이나 환자 본인이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는 경우 정부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 가족 포기하면 정신질환자 방치 필연적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는 민법상 부양의무자 또는 후견인이다. 대부분 보호의무자는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이다.

보호의무자에게는 법에 따라 △질환자의 적절한 치료·사회적응 훈련을 위한 노력 △질환자 입원에 대한 본인 의사 존중 △질환자가 자신과 타인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 △질환자를 유기하지 않음 등의 의무가 부여된다.   

이에 따라 질환자 가족은 경제적 부양을 포함해 통원진료, 강제 입원 신청 등 환자에 관한 모든 일을 감당해 왔다.

이는 바꿔 말해 보호의무자가 질환자를 의도적으로 방치해도 사회가 질환자의 상황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보호의무자의 잘못된 판단이라든지 편견 등이 개입해 질환자를 방치하면 상태를 알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자 대상 관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질환자가 퇴원할 때 각 시군구 기초정신건강센터에 '정신건강 사례관리 서비스'를 요청하면 센터에서 월 1~4회 정도 질환자에게 연락하거나 방문한다.

그러나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 정신질환자 대부분은 본인이 멀쩡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등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기초건강센터의 관리는 본인 동의가 필수다.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보호의무자가 나이가 들어 제대로 보살피기 힘든 경우도 많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90세 부모가 60대 정신질환자 자녀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말했다.  

◇ 동의 없어도 치료 개입할 수 있어야…'자유권' 침해 숙제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 방치를 막기 위해서는 가족이 아닌 국가가 중심이 돼 정신질환자를 관찰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 교수는 "과거 대가족 사회에서는 집안의 질환자를 보호하는데 문제가 없었으나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의료시스템과 복지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으면 A씨처럼 방치되거나 진주 방화사건처럼 타인이 다치는 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가 더 강제적으로 정신질환자의 치료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정책위원장은 "가족의 보호 의무에 관한 법안을 삭제해 국가 행정의 책임을 늘려야 한다"며 "질환자가 퇴원을 한 후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외래진료를 잘 하는지 관찰해 미 이행시 강제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일본의 경우 이웃이 방치된 환자가 있다고 신고를 하면 공무원이 전문의를 대동하고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준희 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위험성이 객관화 될 때나 강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며 "자유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grow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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