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보단 안전이죠"…잇단 강력사건에 거주지 걱정 커진 청년들

"친구와 투룸에…유흥가 인근 꺼려, 사비로 방범 강화"
부동산 "불안한 집 거래 안해…대학가도 다를 것 없어"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핏자국이 남아있다. . 2023.7.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핏자국이 남아있다. . 2023.7.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홍유진 기자 = "결국 투룸을 구하기로 했어요."

8월 말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직장인 김모씨(32)는 고심 끝에 친구와의 동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년간 서대문구에 거주했는데 월급 280만원에 월세 60만원은 부담이 컸다"며 "주거비용을 낮추려 신림으로 이사하려는 찰나에 이번 사건(흉기 난동사건)을 접하니 남자지만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이어 "전세로 하기 위해 신림 근처로 집을 알아봤고 실제 집을 골랐지만 결국 포기했다"며 "함께 집을 구하던 대학 동기와 함께 투룸을 들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라고 갑작스러운 습격에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다 큰 남자가 뭘 그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남 납치 살인 사건부터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까지 올해 잇따라 강력사건이 발생하면서 자취하는 청년들의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신림동 사건은 남성만을 겨냥해 벌어진 만큼 성별과 무관하게 청년 중 상당수가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인근 원룸 앞으로 학생 등이 지나고 있다.. 2023.4.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인근 원룸 앞으로 학생 등이 지나고 있다.. 2023.4.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낙후되거나 유흥가 인근 꺼려…사비 들여서라도 방범 강화"

최근 집을 구하고 있다는 윤모씨(30)도 집을 선정하는 최우선순위로 '안전' 꼽았다.

윤씨는 "안그래도 이번 신림동 사건을 보고 너무 낙후되거나 유흥가 인근인 곳을 꺼리게 됐다"며 "주택 인근 주취자가 많은 환경은 되도록 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과 아파트에 살던 때에 비해 서울에서는 청년이 구할 만한 주택은 방범이 취약하다"며 "새집에 입주하게 되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방범창이나 도어락(자물쇠)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모(25)씨 또한 "남자다 보니 여태까지 안전에 무심했다"며 "이번 사건을 접하고 나니 집 구할 때 동네 분위기, 사건 사고는 안 일어나는지 같은 것도 잘 알아보고 계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최근 새집을 구하고 있다는 장씨는 "안전문제를 포함해 전세 사기, 비 피해까지 고려해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신축을 알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그동안 안전에 더 취약했던 젊은 여성들은 최근 사건들로 더 큰 공포감을 느낀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신림에서 올 초부터 혼자 거주하는 정모씨(27·여)는 "안 그래도 최근 주위에서 괜찮냐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며 "범죄 현장을 지나가기만 해도 내가 당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하니 공포감이 크다"고 불안해했다.

그러면서 "위험한 범죄구역이 아니라 출퇴근을 하는 등 필수적으로 다닐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도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원래도 안전을 염두에 두고 집을 골랐는데 일상의 위협이 더 커지다 보니 빨리 다른 안전한 곳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주민 알림판에 원룸 전·월세 관련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2023.5.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주민 알림판에 원룸 전·월세 관련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2023.5.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부동산 "불안한 집 거래 안해…대학가도 다를 것 없어"

부동산 관계자들은 최근 비수기인 만큼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면서도 최근 많은 청년들이 비용보다는 안전문제에 더 신경을 쓴다고 했다.

신촌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엔 아무리 싸도 불안한 집은 거래 안 한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범행이 발생하는데 혼자 사는 자식들을 부모님이 아무 데나 머물게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나조차도 요즘은 불안하다"며 "원래는 부모님들만 자식 걱정에 성화였는데 요즘엔 학생들도 안전을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화곡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모씨(43)도 "이곳은 아무래도 구옥이 많고 서울치고 월세 및 전세가 싸다 보니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산다"며 "경찰이 순찰도 자주 하고 해서 사건 사고가 많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외곽지역이다 보니 사람들이 안전문제는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하지만 집을 구할 때는 월세가 조금 높더라도 외진 데는 잘 안 본다"며 "정말 금전적으로 부족한 사람들 말고는 월 10만~20만원을 더 내더라도 역 근처에 집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khan@news1.kr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이영섭

|

편집국장 : 채원배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