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며 배수관이 얼어붙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니, 각 세대에서는 특히 해진 뒤 빨래를 자제해 주시고…"
영하 10도(서울 기준)를 넘나드는 겨울 한파가 연일 계속되자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 붙은 안내문이다. 실제 아파트나 빌라 등에서 세탁기 배수관 동파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제대로 빨래를 돌리지 못하거나 코인 빨래방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코인 빨래방에서 만난 주부 최경화씨(55·여)는 20일 "세탁기를 베란다에 두는데, 요즘 날이 춥다보니 세탁기가 얼어버려서 뜨거운 물로 배관을 녹이고 고생했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배수관이 동파될 수 있다고 빨래를 못 돌리게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겨울이라고 빨래가 적은 것이 아니고 옷 부피가 크니 쌓아둘 수가 없어서 2~3일에 한 번씩은 코인 빨래방에서 빨래를 한다"며 "매년 날이 좀 추우면 반복되는 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한겨울에 빨래로 곤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가구에서 세탁기를 영하의 날씨에 노출되는 베란다에 놓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탁기 내부에서 물이 지나가는 급수·배수호스가 얼어붙어 물이 배출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세탁기가 얼지 않더라도 배수관에서 배출된 물이 단열이 잘되지 않고 난방도 거의 되지 않는 베란다의 배수관을 통해 공동배관으로 흘러가다 얼어붙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아래층에 위치한 가구에서 물이 역류해 물난리가 나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5층 빌라의 3층에 거주하는 양모씨(29)도 "지난해 한파 때도 윗집에서 빨래를 돌렸다가 1층도 아닌 2층에 있는 세대에서 물이 역류해 이웃들끼리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며 "만약 얼어붙은 곳이 한층만 높았어도 우리집이 피해를 입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찔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한파 시기에 세탁기 배수호스를 별도로 구입해 얼지 않는 화장실 배관 쪽으로 연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부 A씨(47)도 "남편이 세탁기 배수관을 거실 욕실까지 연장해서 그나마 얼지 않으면 세탁기를 돌릴 수 있다"며 "빨래방을 이용해 볼까 생각도 했지만 속옷을 다른 사람이 썼던 세탁기로 빠는 것은 개운하지 않아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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