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우리나라 진단기기가 비용은 저렴한 대신 품질이 높아 향후 5년간 수백원을 투자하겠다는 국제 비영리단체 제안이 26일 나왔다. 전 세계 공중보건 향상에 기여해달라는 전제조건이 달린 제안이지만, 국산 의료기기 해외 진출에 청신호가 켜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빌 로드리게즈 혁신적 진단기기재단(FIND·Foundation for Innovative New Diagnostics) 대표는 이날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세계 바이오 서밋 2022'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FIND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여러 국제기구와 협력해 말라리아와 C형간염 등 빈곤 국가에 빈번한 질병의 진단 여건을 개선하고 진단기기의 개발·평가와 인증을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단체다.
FIND가 협력 기업의 진단기기 성능을 자체 임상을 통해 평가하고 이를 공개하면 WHO,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이 이 결과를 참조해 제품 구매로 이어진다. WHO 긴급사용승인(EUL)이 필요한 기업들의 임상도 지원하고 있다.
로드리게즈 대표는 영국 의학학술지 랜싯(The Lancet) 데이터를 들며 "전 세계 47%(40억 명) 사람이 질병에 걸려도 진단기기에 접근하지 못한다"며 "의료기관 100개소 중 1개소만 진단 테스트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십수년간 FIND와 협력해 중·저소득 국가에 필요한 고품질의 저렴한 진단 기기를 개발해 질병 검사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바이오노트와 바디텍메드,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니아, 아이센스, 필메디, 레피젠, 휴마시스 등이 FIND와 협력하고 있다.
로드리게즈 대표는 "한국은 혁신적인 진단 기술을 개발 및 적용, 제조하는 데 혁신적인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고품질 진단기기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제공해 중·저소득 국가의 진단기기 접근성을 높였다. 한국 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라며 "한국 기업을 신뢰한다. 투명하고 가감 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FIND는 SD바이오센서와 함께 말라리아, 세균 감염 여부를 동시에 검사하는 다중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아이센스와는 혈당을 측정하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저소득 국가에 제공하고 있다.
로드리게즈 대표는 한국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도 드러냈다. FIND는 SD바이오센서와 바이오니아가 개발 중인 진단 플랫폼에 2100만달러(약 300억원)를 지원했다.
그는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만나 한국 진단기기를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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