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최근 지상과 공중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에 해당하는 군사행동을 이어가던 북한이 이번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고의 침범하면서 향후 '합의 파기'를 염두에 둔 책임 떠넘기기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과거 북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다시 거론하고 나서면서 서해상에서의 물리적 충돌 우려도 25일 제기된다.
북한 상선 1척은 지난 24일 오전 3시42분쯤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27㎞ 지점 해상에서 NLL을 넘어 우리 관할 수역으로 내려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 통신과 경고 사격을 받고 퇴각했다.
이후 북한군은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 구역을 향해 방사포 10발을 쏘고는 "(남측) 호위함이 '불명선박 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 해상에서 아군 해상 군사분계선을 2.5~5㎞ 침범해 '경고 사격'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북한 상선이 NLL을 넘어왔다고 경고 사격했고, 북한군은 우리 호위함이 '해상군사분계선'을 침범해 경고 사격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NLL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유엔군사령부가 남북 간 우발적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설정한 해상경계선으로, 실질적인 남북의 해양 경계선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NLL 설정 46년이 지난 뒤인 1999년에야 NLL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으며 일방적으로 '해상군사분계선'을 설정했다. NLL보다 최대 6㎞ 남쪽에 위치한 이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하면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 5도의 해역 대부분이 북한 관할에 포함된다.
북한이 뒤늦게 해상군사분계선의 재설정을 주장하고 나선 데에는 군사적 목적 못지않게 어업 활동과 이로 인한 수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황금 어장'으로도 불리는 서해에서의 어장 확보를 위해 NLL 이남 해역에서의 어장 확보를 주장해 왔다.
문제는 지난 2018년 9·19 합의 당시에는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사실상 인정했던 북한이 다시 '해상군사분계선'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9·19 군사합의문에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라는 표현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는 북한이 해상경계선에 대한 남북의 이견을 활용해서 9·19 합의 파기의 공을 떠넘기기 위한 의도적 도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북한은 특히 최근 남측에서 9·19 합의 파기 여론이 불거진 뒤 이를 의식한 듯 접경지역에서의 '합의 위반'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군의 사전 승인 없이 북한 상선이 새벽에 NLL을 넘기 어렵다는 점, 최근 북한이 9·19 합의 위반 행위 이후 우리 군의 행동을 문제 삼는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정황 등도 주목할 부분이다.
북한이 '해상군사분계선'의 정당성을 강도 높게 주장하고 나설 경우 서해상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1999년 6월 1차 연평해전, 2002년 6월 2차 연평도해전, 2009년 11월 대청해전,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도 결국 북한이 자신들의 해상군사분계선 주장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도발들이기도 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물리적 마찰 상황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방역 승리' 선언 이후에도 비상방역전을 지속하며 국경 봉쇄를 이어가고 있고, 외부와의 접촉에 상당히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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