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 관영매체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한미가 예상하는 시기는 아닐 것'이란 취지의 러시아 전문가 발언을 소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과학원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과장의 지난 27일 타스통신 인터뷰 내용을 '러시아 전문가가 조선(북한)에 대한 미국과 남조선(남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군사적 충돌로 번져질 수 있다고 주장'이란 제목의 기사로 29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보론초프는 해당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 남조선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평양이 하루빨리 핵실험을 진행하기를 그들이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워싱턴과 서울은 저들의 급진적인 행동을 변명할 구실을 찾기 위해 모지름(안간힘)을 쓰면서 북한이 핵무기 시험을 진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그들은 이에 대해 기정사실처럼 매우 확신성 있게 떠들고 있으며 구체적인 날짜까지 짚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론초프는 "평양은 대응 조치로 그런 행동(핵실험)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상대방이 원하고 기대하는 시기는 절대로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론초프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평양에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제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종당(일의 마지막)에 가선 평화 발기가 파탄됐다며 힘의 입장에서 저들의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라며 이달 22일 시작된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가 그 근거라고 말했다.
보론초프는 또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원인이 남한 단체가 보낸 대북전단(삐라)에 있다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며 이것이 "북남관계의 긴장을 격화시킨 또 하나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보론초프는 "그런 도발(대북전단 살포)이 계속되면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며 "현재 분쟁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서둘러 말하고 싶진 않지만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그렇게 될 수 있으며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론초프는 "경계선에서 서로 사격하는 등 상황이 이러저러한 충돌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하면 안 된다"며 "이 모든 것은 쌍방의 무기 사용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6일에도 "(북한의) 신형 코로나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남조선으로부터 유입됐다는 게 의심할 여지없이 확증됐다"는 등의 주장이 담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의 인터뷰 기사를 관영매체를 통해 인용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자신들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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