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계속된 이견으로 전쟁 종식이 어려워진다면 더는 중재를 맡지 않겠다고 18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만일 어떤 이유에서든 양측 중 한쪽이 전쟁의 종식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면 미국은 '당신들은 어리석고 바보들이며 끔찍한 사람이다'라고 하고 (중재 노력에서) 물러날 것(take a pass)"이라면서도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화에서 물러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을 성사할 정말 좋은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상 당사자인 양측을 모두 압박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신속한 합의를 원하냐는 질문에는 "아주 빨리 그렇게 되길 바란다"며 "구체적인 시간표는 알 수 없지만 빠르게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에 놀아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나를 가지고 놀아나는 자는 아무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미국이 중재 역할에서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한 가운데 나온 말이기도 하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파리에서 유럽 관리들과 회동한 후 "양측이 진심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돕고 싶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우리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며 "미국은 다른 우선순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실시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도 루비오 장관은 "평화로 가는 명확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미국은 평화 중재 노력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러시아 측과 여러 차례 협상했으나 러시아 측으로부터 핵심적인 양보를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에너지 시설에 한해 서로 공격을 중단하도록 합의를 중재했으나, 이 합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지난 18일 기한이 종료됐다.
다만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가능성과 관련해 "낙관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장기 휴전이 이뤄지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주자고 동맹국들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 같은 계획을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국가들과의 회의에서 공유했다고 전했다.
이 제안은 전쟁을 사실상 현 위치에서 동결하고 러시아가 전쟁으로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을 계속 통제하에 두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관해서는 언급이 안 돼 있다. 사실상 러시아 측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들어 주는 내용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최근 트럼프의 복심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면담한 후 러시아 측의 입장을 반복적으로 지지한 것에 유럽 동맹국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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