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리들이 이른바 '해방의 날'이 불러온 상호관세 후폭풍을 진화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전 세계 증시가 대폭락하고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도 내년 중간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꽉 잡고 버텨내라(Hang Tough)"며 관세전쟁 강행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내각 인사들과 백악관 관리들은 주말을 맞아 약속이라도 한 듯 연달아 방송국과 인터뷰를 잡고 관세 정책 옹호에 나섰다.
백악관의 관세 정책통인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공황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했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관세는 일회성 가격 조정일 뿐"이라며 물가 상승 가능성을 일축했다.

트럼프는 관세가 고육책이라는 입장이다. 상호관세 발표 다음 날인 3일에는 "수술이 끝났다"며 "환자는 살아남았고 회복 중"이라고 비유했다.
주말인 5일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것은 '경제 혁명'이고 우리는 이길 것"이라며 "꽉 잡고 버텨라. 쉽진 않겠지만 최종 결과는 역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자리와 사업을 되찾고 있다"면서 "이미 5조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졌고, 그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관세 정책의 성과로 내세웠다.
휴일인 6일에도 트럼프는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주식 시장 급락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건 아니라며 "가끔은 약을 먹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관세 때문에 백악관에 국제전화가 빗발치는 동안에도 주말에 골프를 치러 간 것을 보면, 트럼프는 여전히 관세 정책의 여파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6일 CBS 방송에 출연해 오는 9일(현지시간)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호관세에 관해 "농담이 아니다"라며 연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런 수준의 금융시장 충격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이건 국가 안보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 나라는 더 이상 의약품을 만들지 않고, 배도 만들지 않고 전쟁을 치를 만큼 충분한 강철과 알루미늄도 없다. 모든 반도체 부품은 해외에서 만들어진다"라고 지적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 관세는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고 미국이 의약품, 선박, 반도체와 같은 핵심 제품을 더 자급자족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바로 고문 또한 주식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하라면서 "패닉에 빠지지 않고 버티는 게 똑똑한 전략"이라며 다시 주식 시장이 큰 호황을 맞이해 이번 임기 말까지 다우지수가 5만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ABC 방송에 출연해 관세 정책이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지적을 거부했다.
해셋은 "여러 나라들이 (관세 조치에) 분노하고 보복에 나서고 있지만,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도 나서고 있다"며 "전날 밤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부터 50개국 이상이 협상을 위해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미국이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달걀값 상승 국면에서 '집 뒷마당에서 닭을 키우라'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던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미국의 새로운 질서"라고 옹호했다.
롤린스는 "농민들에게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도래할 수 있으나 백악관이 필요하다면 재정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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