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이를 통해 가자지구 전쟁이 완전히 종식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쟁 발발 15개월 만에 어렵게 찾아온 휴전인 만큼 종전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양측 모두 내부적으로 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어 가자지구에 포성이 완전히 멎을지는 미지수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날 3단계로 구성된 휴전 합의에 도달했다.
19일부터 42일간 지속되는 휴전 1단계에서 하마스는 인질 33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최소 990명에서 최대 1650명까지 풀어준다.
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점진적으로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
이후 양측은 휴전 16일째에 이스라엘 남성 군인의 석방,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 2단계를 위한 협상에 돌입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이집트와 카이로 등 중재국과 유엔의 감독 아래 가자지구의 재건 작업이 이뤄진다.
중재국인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는 "휴전 내용이 완전히 이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국제사회 역시 휴전 합의 소식에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냈다.
특히 이번 휴전을 발판 삼아 그동안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낳은 가자지구 전쟁이 완전히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 역시 번지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휴전이 온전히 이행될지, 영구적인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측이 당장 1단계 휴전안에는 동의했지만 2단계와 3단계는 또다시 협상을 거쳐야만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와 관련해 휴전 합의의 "최종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인질 석방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세부 사항 조율이 확정되면 내겠다고 밝혔다.
즉,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입장차가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양측은 '영구적 휴전'의 실행 방식을 놓고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하마스와 일시 휴전으로 인질이 석방된다 해도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특히 이스라엘 내각 내 극우 성향 인사들은 하마스와의 휴전이 "국가 안보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격렬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마스 역시 종전을 위해서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의 재건을 우려하며 이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 1만7000여명을 사살하고 지휘부를 궤멸시키는 등의 성과를 이뤘지만 하마스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가자지구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거나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중동 전문가 스티븐 쿡은 "하마스는 전쟁 초기만큼 조직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병력이 전사하는 속도보다 보충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라며 "이스라엘이 명확한 출구 전략이 없는 게릴라전에 휘말릴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종전 이후 가자지구의 통치 주체를 놓고도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다시 통치하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역시 거절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대체할 마땅한 가자지구 통치 체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PA 측은 자신들이 종전 이후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역시 PA가 개혁 이후 가자지구를 통치할 필요가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하마스 역시 가자지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협상은 거듭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동 정책 방향 역시 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절친'인 네타냐후 총리를 의식하듯 줄곧 하마스에 인질 석방과 조기 종전을 압박했고, 이번 휴전 성사를 두고도 "내 덕분"이라며 큰소리를 쳤다.
또 그는 이에 앞서 "팔레스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인사인 마이크 허커비를 주이스라엘 대사로 임명하는 등 대놓고 친이스라엘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이때문에 그동안 휴전 중재국 역할을 하던 미국이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가면서 하마스의 반발을 사 협상이 어그러질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1기 행정부 때처럼 하마스의 뒷배이자 이스라엘의 '숙적'인 이란을 강력히 압박해 또 다른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쿡 연구원은 "트럼프 1기 집권 이후 이란의 국력은 약해졌지만 그 결과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무기화하려는 동기가 더 강해졌다"라며 "이는 이란을 막기 위한 미국과 이스라엘 간 협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협상을 촉진할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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