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최대 경제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망 모드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올해 금리를 얼마나 더 낮출지는 불투명하다.
연준이 트럼프의 즉각적 금리인하에 퇴짜를 놓으면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금리를 동결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또 다시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29일(현지시간) 연준의 금리 동결은 만장일치로 이뤄졌고 시장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조치였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경제전망 요약은 업데이트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변은 없었다. 지난달 나온 점도표(금리전망표)에서는 올해 금리가 2회, 0.5%포인트(p) 정도 낮춰질 것으로 예상됐다.
현 시점에서 연준 금리는 올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얼마나 낮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준 부의장을 지낸 리차드 클라리다는 "연준이 2025년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권을 얻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관세부터 이민 제한까지 트럼프의 경제 정책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불확실성에 휩싸였고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내릴지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WSJ은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 연준이 크게 두 가지 질문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는 향후 1~2년 안에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2%에 도달할 정도로 둔화하고 있는지이며 다른 하나는 현재 금리와 광범위한 금융여건이 경제 활동을 어느 정도 제약하고 있는가라고 WSJ은 설명했다. 이달 초 공개된 연준 의사록에 따르면 상당 수의 위원들은현재 정책 기조가 여전히 "유의미하게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팟캐스트 논평에서 인플레이션 궤적이 바뀌지 않는 한 올해 연준 금리의 움직임은 좁은 범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말라는 얘기다.
솔로몬은 "인플레이션의 궤도를 바꿀 만한 정책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정책 금리는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내구재는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완만해졌지만 서비스와 식료품이 큰 역풍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세계 최대의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다"며 "정책 입장을 조정하는 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멀티섹터 채권 투자 책임자인 린제이 로스너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관망 모드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로스너는 투자 노트에서 "일시 정지 버튼이 눌러졌다"며 "새해 연준이 강력한 성장과 탄력적인 노동 시장 데이터로 인해 데이터와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더욱 인내심을 갖고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면서 완화 사이클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 속에서 금리 경로는 불투명하고 연준의 독립성마저 계속해서 위협받았다.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즉시 금리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연준이 자신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으면 "강력한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동결을 결정한지 몇 시간 만에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서 연준과 파월 의장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연준과 파월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막지 못했다"고 힐난했다.
연준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젠더 이데올로기, 친환경 에너지, 가짜 기후변화에 시간을 덜 소비했더라면 인플레이션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결국 이로 인해 "우리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트럼프는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생산, 규제 완화, 국제 무역 재조정, 미국 제조업 부활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막아 미국을 재정적으로 더욱 강력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연준이 은행 규제와 관련해 끔찍한 일을 해왔다"며 "재무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주도해 모든 미국인과 기업을 위한 대출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