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가난한 자의 친구'로 불렸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전 세계가 애도하는 가운데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축구 클럽 팬들에게 교황의 영면은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축구를 사랑했던 교황은 특히 고향팀 '산 로렌소 데 알마그로'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12년간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이끌면서도 회원 자격을 유지했을 정도다.
로이터와 AFP통신에 따르면 1부 리그에 속해 있는 산 로렌소의 팬들은 교황이 선종한 21일부터 팀 예배당에 모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산 로렌소 회원'의 죽음을 애도했다.
산 로렌소의 구단주 마르셀로 모레티는 "교황은 부서지지 않은 유산을 남겼다"며 "모든 산 로렌소 팬에게 그는 큰 자부심의 원천이었다. 오늘은 너무나 슬픈 날이다"고 말했다.
예배당에서 팬들은 빨간색과 짙은 남색의 팀 유니폼으로 장식된 교황의 동상 옆에 있는 초에 불을 붙였다.

특히 팬들은 교황의 연령과 선종 시간이 클럽 회원번호와 일치한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이는 아르헨티나에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크게 화제가 됐다.
산 로렌소 축구팬은 엑스에 "교황은 88세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간으로) 오전 2시 35분에 선종했다. 그런데 그의 회원 번호는 88235이다"고 글을 남겼다.
실제 교황청이 공식 발표한 선종 시간은 현지시간 오전 7시35분(부에노스아이레스 시간 오전 2시35분)이다. 산 로렌소 팀은 88235가 교황의 회원번호가 맞다고 확인해 줬다.
구단주 모레티는 교황의 장례식이 열리는 26일 경기에선 선수들이 특별 제작된 기념 유니폼을 착용할 예정이며, 선수들 사이에선 이날 교황을 위해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일념이 가득하고 전했다.
다른 여러 아르헨티나 팀은 지난 21일 존경의 표시로 경기를 중단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는 지난 21일 SNS에서 교황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 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1936년 출생한 교황은 어린 시절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서 누더기로 만든 공을 차며 놀았다고 종종 회상하곤 했다.
교황은 그 시절에 "최고 선수 중 한 명은 아니었다", "난 왼발이 두 개였다(운동신경이 둔하다는 뜻)"면서도 골키퍼로 종종 활약하면서 "어디에서든 올 수 있는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에 자신의 부친 그리고 형제들과 산 로렌조 경기장을 찾곤 했다. 교황은 당시를 회상하며 "낭만적인 축구였다"고 했다.
교황은 바티칸의 스위스 근위대 중 한 명이 교황의 책상 위에 경기 결과를 남겨준 덕분에 산 로렌소의 경기 결과를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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