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내 할아버지처럼 푸근했던"…바티칸 신부들이 기억하는 교황

케냐 출신 신부 "상실감 느끼지만 희망도 가져…죽음은 끝이 아냐"
'두 교황' 만나본 인도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 가치 이어지길"

본문 이미지 - 22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 모습 ⓒ News1 김지완 기자
22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 모습 ⓒ News1 김지완 기자

(바티칸=뉴스1) 김지완 기자

내가 만난 교황은 할아버지 같은 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지 하루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은 우리 곁을 떠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간 그를 추모하는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경계는 더 삼엄해진 모습이었다.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는 철제 울타리가 설치돼 있고 수십 명의 무장 경찰과 군인들이 인파를 통제하고 있었다. 광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20분 정도 주변 거리를 우회해야 했다.

성 베드로 광장을 찾은 많은 추모객들은 물론 마침 로마에 와 있던 관광객들까지 모두 교황의 부재를 실감하고 있었다. 광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활짝 웃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과 화분, 꽃이 놓여 있는 책상에서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췄고, 기도를 올렸다.

광장 한 편에는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진을 쳤고, 한 무리의 청년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국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며 한 방송사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본문 이미지 - 22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인근에 놓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기 위한 작은 테이블. ⓒ News1 김지완 기자
22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인근에 놓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기 위한 작은 테이블. ⓒ News1 김지완 기자

이곳에서 만난 케냐 출신의 신부인 카시어 둔노 신부(35)는 2년 전부터 바티칸에서 신학을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월 기관지염으로 입원하기 몇 달 전 교황을 만났다. 이때 그가 "약 8년간 신학을 공부했다"고 하자 교황은 "42년은 더 해야겠다"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또 교황이 "아버지,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케냐 출신인 존 키보시요 신부(37)는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선종하기) 전날 교황의 모습을 보니 괜찮아 보였다"며 "아프지만 회복 중인 것으로 보였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교황은 지난 2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 말미에 예상과 달리 모습을 드러내고 "부활절 축복을 드린다"며 반유대주의와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날 그는 이탈리아를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비공개로 만났다.

둔노 신부는 교황의 선종으로 인해 "상실감을 느끼지만, 또 희망을 느낀다"며 "기독교에서는 죽음이 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활절 이후의 선종이라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추기경들이 콘클라베를 통해 선출할 후임 교황에 대해서는 "하느님이 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특별한 선호는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본문 이미지 - 2023년 10월 19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의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대접한 천사'(Angels Unaware)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민자와 난민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2023.10.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2023년 10월 19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의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대접한 천사'(Angels Unaware)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민자와 난민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2023.10.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성 베드로 광장의 한구석에는 동으로 만들어진 이민자 및 난민들을 형상화한 동상이 있다. 2019년 세계 이민의 날을 맞아 설치된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대접한 천사'(Angels Unaware)라는 이름의 이 동상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지고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이민자와 난민 140명이 배에 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민자와 난민 포용을 주장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상 공개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 동상 앞에서 만난 인도 출신의 밀턴 신부(50대)는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해 대중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날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던 그는 "첫 예수회 출신 교황이 탄생했던 것"이라며 "당시 매우 흥분했다"고 회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모두 만나봤다는 밀턴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며 "전쟁이나 정치 등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데 거침없었다"고 기억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대해서는 "사람으로서는 겸손했으나, 독일 출신이라 그런지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친근하지는 않았다"고 웃었다.

선종 소식을 들었을 때 밀턴 신부도 충격을 느꼈다. 그는 교황이 지난 17일 성 목요일에 로마의 레지나 코엘리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들을 만난 것을 언급하며 이 방문이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더 일하겠다는 상징이었다"고 말했다. 또 "교황이 더 오래 살 줄 알았는데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후임 교황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타일을 따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를 더 많은 사람에게 열었던 사람"이라며 그의 기조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본문 이미지 - 22일 성 베드로 광장에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이 담긴  전광판이 보인다. ⓒ News1 김지완 기자
22일 성 베드로 광장에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이 담긴 전광판이 보인다. ⓒ News1 김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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