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부활절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인 2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상징과도 같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는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CNN 방송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부활절 이튿날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진 뒤 햇볕이 내리쬐는 성 베드로 광장에 사람들이 가득 찼다. 부활절을 기념하기 위해 찾아온 여행객들도 추모객이 되어 이곳을 다시 찾아왔다.
인파가 많아지면서 추모객과 여행객들은 천천히 움직여야 했고, 일부는 자전거를 끌거나 유모차를 밀면서 군중 사이를 헤쳐갔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교황은 부활절을 맞아 광장에 모인 신도들 앞에 깜짝 등장했다. 그는 오픈카를 타고 "비바 일 파파!"를 외치는 신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미국에서 온 은퇴 신부 바차이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교황의 갑작스러운 선종을 "가슴에 멍이 든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어제 공개석상에 나타났을 땐 건강해 보였는데, 너무 충격을 받았고 슬펐다"고 말했다.
가나에서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로마를 찾은 여행객 수 라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을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며 "그가 평화롭게 안식하기를 바란다. 그는 이 세상에서 아주 잘 해냈다. 그는 약자를 보호하고 싶어 했다"며 그를 추억했다.

햇빛이 쨍쨍한 날씨에 산책을 즐기던 로마 시민들까지 추모 행렬에 합류하면서 슬픈 분위기가 점차 광장에 퍼져갔다. 정오에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종이 울리자, 군중 위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광장 인근 보석 가게에서 일하는 레티시아 바르토치는 "우리는 바로 여기서 차를 타고 지나가는 (교황을) 봤다"며 "오늘 아침에 돌아가셨다는 건 정말 충격"이라며 슬픔을 드러냈다.
로마 시민인 에마누엘라 티나리와 그의 남자 친구 지안마르코 오미치올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많은 사람을 더 가톨릭교회에 더 가까워지게 만든 교황이었다"고 추모했다.
프랑스 코르시카섬에서 여행을 온 프랑크 라비스 투르네타는 교황이 선종한 날 로마에 있다는 사실에 감회가 깊다며 "오늘 그가 선종한 건 기독교 신앙에 강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곳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저녁 7시 30분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리는 묵주 기도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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