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연합(EU)이 오는 7일(현지시간)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 대상 품목을 확정해 27개 회원국에 제시한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 보도했다.
EU는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방안을 놓고 오는 9일 표결을 실시한다.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국 이상이 반대하지 않으면 시행된다.
EU 행정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표결을 앞두고 7~8일 철강·자동차·제약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별도로 회동해 관세의 영향을 평가하고 대응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미국산 △육류 △곡물 △와인 △목재 △의류 △껌 △치실 △진공청소기 △화장지에 이르기까지 약 280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의 상품이 EU의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EU가 당초 발표대로 켄터키와 테네시에서 주로 생산되는 버번위스키에 50% 관세를 부과할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이 경우 EU산 주류에 200%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EU산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나머지 품목에는 20%의 상호관세를 9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대략 EU의 대미 수출품 가운데 70%에 관세가 매겨진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320억 유로(약 852조 원) 규모다. 20% 상호관세에서 일단 제외된 구리·의약품·반도체·목재에도 추가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EU는 단합된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서로의 견해차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주류 관세 경고에 와인 수출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모두 우려를 표명한 상태다.
보복 관세 자체에 미온적인 국가들도 있다. 대미 수출이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아일랜드도 "신중하고 계산된 대응"을 촉구했고, EU 내 대미 수출액 3위인 이탈리아는 보복 조처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가장 강력한 대응을 주장하는 나라는 프랑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대미 투자를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프랑스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방안도 내놨다. 에릭 롬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 인터뷰에서 "(미국 빅테크의) 특정 활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선택지도 있다"며 디지털세 부과를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주 프랑스 정부 대변인도 EU가 미국의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현재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디지털 서비스를 과세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술 분야는 유력한 보복 카드가 될 수 있다. EU가 상품 무역에서는 미국에 대해 1570억 유로(약 248조 원) 규모의 무역 흑자를 보지만, 디지털 서비스를 포함한 서비스 분야에서는 1090억 유로(약 172조 원)의 적자기 때문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여러 미국 빅테크는 유럽 디지털 시장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가 다수 위치한 아일랜드는 디지털세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라 회원국 간에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 EU 외교관은 로이터에 "균형을 잡는 게 어렵다"며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오기에 부족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긴장 고조를 초래할 만큼 강경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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