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이 소유하겠다고 나선 자포리자 원전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것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운영에 대해서는 대화의 여지를 열어놓았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화 통화 중에는 예상치 못한 화제인, 자포리자 원전을 미국이 소유 또는 통제하는 방안이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젤렌스키와 통화했다. 백악관은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미국의 소유권"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는 소유권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2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이 원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물었고 나는 우크라이나의 것으로 남지 않으면 누구를 위해서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소유는) 불법이다.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이 위치한 지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약 20%를 점령하고 있다. 6기의 원자로를 갖춘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전력의 약 20%를 담당했으나 전쟁 여파로 현재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러시아 수중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을 미국이 소유 또는 통제하는 것은 영토 면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 원전 지역만큼의 영토가 러시아에서 해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광물 등 산업 자산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또 우크라이나의 원자력 에너지 부문은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포함한 국제 기업과 협력해 왔다.
젤렌스키는 자포리자 원전을 미국이 소유한다는 생각을 거부했지만, 미국의 투자를 포함한 협력에는 열린 자세를 취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발전소를 되찾고 현대화하는데 투자하고 싶어 한다. 이는 별도의 문제로 여전히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벨로나 환경 투명성 센터의 핵 고문인 드미트리 고르차코프는 "가장 좋은 것은 러시아가 이 원전을 우크라이나에 되돌려주는 것이지만 러시아는 이익이 없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그는 "원전이 많은 서방 및 미국 장비와 시스템을 사용하고 6개 원자로 중 4개가 전쟁 전에 이미 러시아 연료에서 웨스팅하우스 연료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에 넘길 의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트럼프가 18일 푸틴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포리자나 우크라이나의 다른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논의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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