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중도 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 득표율은 약 29%에 불과해 다른 당과의 협력이 불가피해졌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2위로 부상한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을 배제하고 부활절(4월 20일)까지 연정을 꾸리겠다며 각 당과의 협상을 예고했다.
운전대를 잡은 메르츠는 AfD를 배제한다면 올라프 숄츠가 이끄는 3위 사회민주당(SPD)을 조수석에 태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독일 공영방송 ARD의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민·기사 연합이 이룰 수 있는 연정의 '경우의 수'를 알아보았다.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를 아우르는 '대연정'이 그나마 유력하다. 하지만 문제는 사민당 16%라는 득표율로 AfD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의 예상 의석을 합쳐도(293석) 독일 연방의회 과반(316석)을 달성할 수 없다.
여기서 친기업 성향 자유민주당(FDP)과 좌파 포퓰리즘 성향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원내 입성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독일 선거법상 정당 투표 득표율이 5%를 넘어야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데,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과 BSW의 득표율은 각각 4.9%, 4.7%였다. 개표가 완료되고 이들의 원내 입성 무산이 확실시되면 원내 정당의 의석 배분 비율이 높아져 대연정만으로 과반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
대연정이 성사되더라도 추후 '정책 불협화음'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기민·기사 연합은 광범위한 세금 감면을 추구하지만 사민당은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와 부유세의 부활을 원한다. 정치 자문업체 유라시아그룹은 대연정 가능성을 60%로 관측했다.
일단 숄츠는 이날 총선 결과에 승복하면서도 "기민당이 이끄는 연립 정부와의 협상에 대표로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표면상 메르츠의 연정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발언이지만,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 수사일 수도 있다. 숄츠가 선거 패배에 책임지고 물러나면 사민당 내 다른 주자가 기민·기사 연합과의 협상을 이끌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에 녹색당까지 합류해 '케냐 연정'을 꾸릴 가능성도 있다. 이는 각 당이 상징하는 색깔을 케냐 국기 색(흑색·적색·녹색)에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 문제에 중점을 두는 녹색당은 사민당보다도 기민·기사 연합과 성향 차이가 크다. 기민·기사 연합과 녹색당의 교집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속된 지원 등 외교 분야로만 국한된다.
특히 메르츠의 기민당은 앙겔라 메르켈이 이끌 때보다 이민에 강경하고 시장 친화적인 경향이 있기에 갈등이 두드러질 수 있다.
메르츠는 녹색당 대표이자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인 로베르트 하베크를 향해 "실패한 장관"이라고 비난하며 그의 임기 연장을 배제한 바 있다. 유라시아그룹은 케냐 연정 성사 확률을 10%에 불과할 것으로 봤다.
기민·기사 연합에 사민당과 자민당이 힘을 합친 '독일 연정'도 불가능하진 않다. 이는 각 당의 상징 색을 독일 국기(흑색·적색·황색)에 비유한 조합이다.

이 연합은 326석으로 아슬아슬하게 과반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민당의 숄츠는 한때 연정 일원이자 재무장관이었던 크리스티안 린드너 FDP 대표와 불화가 있었고, 이는 '신호등' 연정의 붕괴를 낳은 바 있다.
다만 자민당도 원내 입성을 해야 가능한 선택지다. 유라시아그룹은 독일 연정이 구성될 확률을 10%로 내다봤다.
한편 기민·기사 연합이 단독으로 '소수 정부'를 구성하고 법안별로 다른 정당과 협력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 이 같은 사례는 지방 정부에서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단합된 연정을 형성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감안할 때 소수 정부라는 선택지도 고려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르츠도 2017년 언론 인터뷰에서 "소수 정부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발언한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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