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15년 K리그1 최하위로 2부리그로 강등됐던 대전은 2022년까지 7시즌 동안 승격하지 못했다. 내려갈 때 '곧바로 승격'을 자신했던 1부리그 팀들 대부분 그랬듯, 대전의 승격기도 험난했다. 심지어 2017년은 K리그2 꼴찌인 10위, 2019년에는 9위에 그쳤다.
힘겹게 1부로 복귀했으나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2023시즌과 지난해 대전의 순위는 모두 8위였다. 그나마 2024시즌의 8위는 뒷심 덕분에 많이 끌어올린 순위다. 지난해 대전은 한때 강등 위기까지 처했으나 황선홍 감독이 소방수로 부임한 뒤 어렵사리 안정을 찾았다.
요컨대 근 10년 동안 애먹던 팀이 2025시즌 K리그1 순위표 꼭대기에 올라 있다. 새 시즌을 앞둔 겨울 이적 시장에서 주민규, 하창래, 정재희 등을 영입하며 '다크호스'로 분류되긴 했으나 선두로 치고 나갈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은 축하받을 때가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내 "그래도 선수단에 자신감은 확실히 생긴 것 같다. 나도 같이 파이팅 하고 있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대전은 지난 19일 김천상무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대전은 전반 31분 김준범이 오재석의 도움을 받아 선제골을 넣었고, 주민규가 쐐기골로 마침표를 찍었다. 시즌 7호골을 터뜨린 주민규는 득점 레이스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당시 2위를 달리던 추격자 김천(현재 4위)을 적진에서 제압한 대전은 6승2무2패로 12개 클럽 중 가장 먼저 승점 20점 고지에 올랐다. 황 감독은 "아직 넘어야 할 것도 많고 보완해야할 것도 많다. 진짜 선두권에서 경쟁하려면 해야 할 게 많다"면서도 "흐름이 나쁘진 않다"고 했다.

최근 5경기가 황선홍 감독 스스로 꼽은 '첫 번째 고비'였다.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4승1패 상승세를 탄 대전은 3월29일 광주FC전을 시작으로 울산, 전북, 서울, 김천 등 순위표 상단에 있는 팀들과 차례로 만나는 가시밭길과 마주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이 5연전을 2승2무1패로 마쳤고 선두 자리도 유지하고 있다. 내용도 달갑다.
대전은 4월1일 리그 3연패에 빛나는 울산 원정에서 3-2로 승리했다. 먼저 2골을 터뜨려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전반전이 채 끝나기도 전에 2실점, 리드가 지워지고 분위기도 많이 넘어갔던 경기다. 그런데 후반 투입한 울산 출신 주민규가 결승골을 터뜨려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나흘 뒤 5일 전주 원정에서 전북에게 0-2로 패한 뒤 펼쳐진 12일 FC서울 원정 결과도 값지다. 당시 대전은 2-2로 비겼다. 대전이 먼저 2골을 넣었다가 2실점했으나 기록만으로 '아쉽다'라고 평가할 수 없는 경기다. 후반 내내 서울이 파상공세를 펼쳤고 대전이 역전패 당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끝내 승점 1점을 지켰다. 중요한 변화다.
황선홍 감독은 "그런 부분이 고무적이다. 넘어가는 흐름을 버티는 힘이 생겼다. 이런 경기가 쌓이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준다"면서 "지난해 팀을 맡았을 때와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그땐 부상자들도 많고 선수들 자신감도 크게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들 스스로 해보자는 분위기다. (지금 순위를)지키고자 하는 의지와 의욕 있다"고 자평했다.

순항하고 있으나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고 조만간 또 위기가 찾아온다. 대전은 오는 6월 김현우, 박진성, 임덕근, 김인균 등 4명을 상무에 보내야 한다. 군입대라 어쩔 수 없는 누수다. 여기에 공격수 윤도영도 6월까지 팀에서 활약한 뒤 브라이턴(잉글랜드)으로 완전 이적한다.
황 감독은 "사실 이탈하는 선수들이 제일 고민이다. 작년 여름 부임했을 때부터 지난 겨울까지 팀을 열심히 세팅해놨는데..."라면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니 골치는 아프다. 하지만 어찌하겠나.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고 프로라면 또 극복해야하는 것"이라며 베테랑 사령탑답게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다가오는 여름 FIFA 클럽월드컵에 참가하는 울산과 한 번 더 맞붙은 일정이 있어 대부분의 팀들보다 1경기 더 치르기는 했으나 어쨌든 승점 20점 고지에 가장 먼저 올라 있으니 앞선 시간들을 떠올리면 행복한 시즌이다. 김칫국을 미리 먹는 것을 워낙 경계하는 황 감독이지만, 동시에 승부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다.
황 감독은 "외부에서 대전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져서 큰일이다. 뒤(순위표 아래)에서 치고 나가야 좋은데 너무 일찍 '공공의 적'이 됐다"고 웃은 뒤 "시즌이 혼전양상이다. 독주팀이 없고 하위권과 상위권 격차도 크지 않다. 결국 끝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역시 끝에 웃어야한다. 나도 선수들과 함께 파이팅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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