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부천 하나은행 포워드 김정은(38)은 여자농구의 산증인이다. 2005년 프로에 입단한 김정은은 1990년대 여자농구 스타였던 유영주(54)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불렸다.
김정은은 예상대로 데뷔 첫해부터 신인상을 탔다. 저돌적인 돌파에 이은 한 손 슛이 일품이었다. 이후 매 시즌 꾸준한 득점력을 보여주며 성장, 통산 최다 득점(8235점) 1위에 올랐다.
신세계 쿨캣(하나은행의 전신), 하나은행, 우리은행을 거친 그는 2023년 친정 하나은행으로 돌아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김정은은 최근 뉴스1과 통화에서 "시간이 정말 빠르다. 벌써 20년 차다. 박정은, 정선민, 변연하 등 나와 함께 했던 선배들은 대부분 감독, 코치직을 하고 있다"며 "훌륭하신 지도자와 선배들을 만나 매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2010-11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득점왕에 오르면서 가치를 입증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20년 만에 여자농구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기도 했다.
절정의 순간은 우리은행에서였다. 2017년 4월 우리은행으로 옮긴 그는 2017-18시즌에는 첫 우승을 맛봤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 2016년 럭비선수 출신 남편 만나 안정 찾아
김정은은 커리어 내내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지만, 꺾이지 않았다. 2022-23시즌에는 전반기 부진하다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맹활약해 큰 경기에 강하다는 이미지도 심었다.
그는 "선수로서 전성기라 할 수 있는 30세 전후로 늘 부상이 있었다. 좌절의 시기도 많았다"며 "남몰래 눈물을 흘렸지만 자존심 하나로 버텼다. 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은 농구뿐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김정은은 2016년 3월 럭비선수 출신 정대익(41) 씨와 결혼했다. 김정은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남편이다. 모든 생활을 나에게 맞춰준다"며 "경기를 앞두고 나 위주로 생각하고 예민해질 때도 있는데 늘 희생해 준다. 이젠 남편이 농구 전문가가 다 됐다"고 웃었다.
만 38세인 김정은은 여자농구 현역 최고령이다. 그러나 당장 은퇴를 생각하진 않고 있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보면 1~2년은 충분히 더 뛸 수 있다는 평가다.
김정은은 "스스로 코트에 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아직 정해진 건 없다. 구단과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전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후배들에게 프로 선수가 가져야 할 자세나 마음가짐에 대해 늘 강조하려 한다"며 "언젠가 은퇴하더라도 농구판을 떠나진 않을 것 같다. 농구로 인해 받은 많은 혜택을 후배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 "봄 농구 물 건너갔지만, 팬·구단 위해 힘내야"
지난 시즌 4위로 창단 첫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하나은행은 올 시즌 최하위(6위)로 처져 있다. 4강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4위와 격차가 커서 사실상 '봄 농구'는 어렵다.
김정은도 이런 평가를 알고 있으나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두 시즌 연속 잘해야 약체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고 생각해 올 시즌 꼭 잘하고 싶었는데 부상 등 여러 악재에 성적이 안 좋아 마음이 정말 좋지 않다"며 "응원해 주시는 팬들, 많은 지원을 해주시는 구단에도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람이기에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절대 그래선 안 된다. 최선을 다하는 게 팬과 구단에 대한 예의"라며 "순위를 신경 쓰지 않고, 매 경기 부끄럽지 않게 쏟아내는 게 남은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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