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데리고 와"…불법 도박 최고 영업장이 된 학교[이기범의 리스펙트]

불법도박사이트 자금줄 차단 나선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
불법 OTT로 청소년 유혹, 도박으로 수익…"계좌 차단, 답이다"

편집자주 ...혐오로 얼룩진, 존중이 사라진 시대.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존중'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이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2.26/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이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2.26/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불법 도박 사이트 마케팅 방법 중 첫 번째가 '학교를 공략하라'입니다. 더욱 잔인한 것은 더 이상 빼먹을 돈이 없을 경우 총판이라는 명목으로 일정한 수수료를 주며 친구들을 도박판에 끌어들이게 한다는 겁니다. 거대한 도박판이 된 학교. 도박 브로커가 된 학생. 이것이 가장 무서운 현실이죠."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50)의 진단이다. 그는 사법당국에 불법 도박 사이트 계좌를 고발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자금줄 차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실제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사람의 권유' 때문이다. 서울경찰청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방치유원)이 도박 중독 청소년 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박을 접하게 된 계기는 '지인 소개가 42명으로 55.3%를 차지했다. 이어 △용돈벌이(19명·25%) △호기심(10명·13.2%) △도박 광고(5명·6.6%) 등 순이었다.

경찰청 조사에서도 청소년들이 도박에 유인되는 경로는 친구·지인이 알려준 경우가 67.6%로 압도적이었다. 온라인상 도박 광고가 18.9%로 두 번째로 많았다.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서 '도박없는학교' 교장으로

"중2인 친구 아들이 도박으로 4000만원을 날렸고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걸 보고 결심했습니다."

조 교장이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에 나서면서 '도박없는학교'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다. 요식업을 운영하던 조 교장은 1년 전 전업으로 청소년 도박 문제에 뛰어들었다. 조 교장의 아들도 컴퓨터 관련 업무를 돕고 있다.

"이이제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 아니면 누가 하겠어요."

그는 20여 년 전 온라인 도박 게임을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정식 심의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했다.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기 전이라 가능했던 일이다. 온라인 도박이 불법화된 이후에는 약 10년간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해외에서 도박 사이트 관련 설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했다.

조 교장은 "도박 업계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그 바닥을 잘 안다"며 "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도박없는학교는 실제 학교로 운영되는 건 아니다. 이름과 달리 도박 예방 교육 활동이 아닌 불법 도박 사이트 박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생들로 구성된 600여 명의 제보자, 40여 명의 활동가와 함께 채증을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박없는학교' 활동에 나서고 있는 청소년들 (도박없는학교 제공)
'도박없는학교' 활동에 나서고 있는 청소년들 (도박없는학교 제공)

◇학교 공략에 나선 불법 도박…"계좌 차단이 답이다"

조 교장은 청소년 도박이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학교의 현실을 목도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불법 도박 사이트의 가상계좌를 정지시켜 자금줄을 막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채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입금 및 게임 머니 충전, 게임 과정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진술서를 받아 관할서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불법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조력하고 있다. 조 교장은 현재까지 180개의 계좌를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조 교장은 "통장이 죽는 게 불법 도박 사이트 입장에서 타격이 크다"며 "그것만 해도 도박없는학교 활동 효과가 나오고 있다. 채증을 통해 아예 불법 도박 사이트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이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2.26/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이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2.26/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불법 무료 OTT·웹툰으로 청소년 유혹…정부 '컨트롤 타워' 없어

특히 도박없는학교는 불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주목하고 있다. 불법 OTT 사이트의 뒤에 불법 도박 업자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불법 OTT 사이트는 대부분 불법 도박 사이트 배너를 달고 운영되고 있다. 불법 도박 유입을 위해 미끼 사이트로 운영된다는 얘기다. 청소년 도박도 여기서 시작된다는 게 조 교장의 진단이다.

조 교장은 "불법 도박 사이트는 최대한 많은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불법 OTT를 운영하고 있다. 포르노나 불법 웹툰 사이트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도박없는학교는 순차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1차 과제가 가상계좌와의 전쟁이었다면 2차는 청소년 도박 문제 알리기, 3차는 불법 OTT와의 전쟁, 4차는 불법 웹툰과의 전쟁이다. 현재 도박없는학교는 3차 과제를 진행 중이다.

특히 조 교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 기관 관계자를 만나봐도 다른 기관으로 떠넘길 뿐 청소년 도박 문제 컨트롤 타워가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 교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에 나설 주체가 없다. 교육부, 행안부도 서로 눈치만 보고 사행성통합감독위원회도 안 움직인다. 나서는 기관이 한 군데도 없다"며 "청소년 도박의 문제는 청소년이 아닌 공무원의 문제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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