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조달 백신 입찰담합' 혐의 제약사들, 1심 벌금형→2심 무죄

도매업체 들러리 세워 낙찰가 결정에 개입한 혐의…1심 벌금형
법원 "촉박한 백신 공급 일정 맞추기 위해 질본이 빠른 낙찰 압박"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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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국가 조달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다른 업체들을 들러리로 세워 사업을 따내고 담합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제약·유통사들이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창형 남기정 유제민)는 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SK디스커버리·보령바이오파마·녹십자·유한양행·광동제약·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제약·유통사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6년~2018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등의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낙찰가를 공모한 후 다른 발주처를 들러리 세우는 방식으로 낙찰가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입찰은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을 통한 가격 형성을 전제하기 어렵다"며 "결국 피고인들의 행위로 각 입찰에서 공정한 자율경쟁을 통한 적절한 가격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질병 본부 담당자들도 2016년 당시 조달청의 승인이 있었다면 백신에 대해 수의계약을 해도 무방해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경쟁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본다"며 "들러리 행위가 없었다면 재입찰, 재권고 입찰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에도 공동판매사인 피고인들이 기재한 금액대로 낙찰가가 결정될 뿐이어서 여전히 실질적인 가격경쟁이 발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촉박하던 일정을 맞추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담당자들은 공동 판매사 담당자들에게 빠른 낙찰을 압박했고, 여기엔 들러리를 세워서라도 하라는 인식이 표출된다"며 "실질적인 경쟁 배제하에서 공동판매사가 낙찰받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라, 백신 적시 공급 필요성, 질병관리본부의 압박 종용으로 인해 신속히 입찰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함이 근본적인 배경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5월 한국백신 등 결핵(BCG)백신 수입업체의 의도적 물량 취소로 2016~2018년 영·유아 피내용 BCG 백신 물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파악했다. 공정위는 한국백신 등 제약사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공정위 고발 사건과 조달청 이첩 내용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고, 광동제약, GC녹십자, 우인메디텍, 팜월드 등 제약사와 도매업체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왔다. 검찰은 관계 부처의 고발 내용과 당시 수사 내용을 토대로 후속 조사에 착수, 담합 내용을 추가로 밝혀내면서 이들을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심에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녹십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각각 벌금 7000만원을, 보령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에는 벌금 5000만원, SK디스커버리와 광동제약에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이들 회사 임직원 7명에게도 각각 300만~5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렸졌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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