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지난 29일 발생한 무안 여객기 사고 항공기는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했고 외벽과 부딪힌 후 순식간에 폭발하고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로 발생한 엔진 이상이 꼽힌다. 착륙 전 관제탑에서 조류충돌 경고를 항공기에 보냈고, 착륙 직전 비행기 우측 엔진에서 불꽃이 발생했다는 점이 배경이다.
그런데 착륙 과정을 보면 엔진 이상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채로 동체착륙이 시도됐다. 착륙 시 충격을 흡수해 주고 속도를 감축해주는 랜딩기어가 없어서 항공기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힘들었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핵심 부품인 엔진에 이상이 생겼을 때 연쇄적으로 항공기의 여러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목한다. 반면 엔진 이상과 랜딩기어 작동 여부가 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29일 브리핑을 통해 "통상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은 상호 연동되는 경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리는 방법이 시도됐는지도 관건이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부기장 조종석 뒤에는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리는 레버가 있다. 수동 레버를 당기면 잠금장치가 풀려서 중력으로 랜딩기어가 내려가는 구조다.
다만 수동 랜딩기어가 작동하는 데는 20여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만약 급박한 상황이 있었다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종사가 랜딩기어 미작동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000피트(약 305m) 이하까지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린다는 이유에서다.
동체착륙 후 속도가 줄어들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랜딩기어가 없어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더라도 날개의 일부분이 세워지는 스피드 브레이크와 엔진 역추진을 하면 속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영상을 보면 해당 항공기는 동체착륙 이후에도 스피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착륙 전 조류충돌로 엔진이 손상됐다면 엔진 역추진도 불가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체착륙에서 해상이 아니라 활주로를 선택한 이유에도 이목이 쏠린다. 동체착륙은 기체를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하면서 속도를 줄이면서 활주로에 닿아야 하는 고난도 조종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딱딱한 활주로보다 물로 이뤄진 바다가 충격을 줄이는 데 더 낫지 않냐는 주장이 있지만 빠른 속도로 충돌할 경우 지상과 비슷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활주로 위에 화재를 막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사고의 의문점 중 하나다. 통상 착륙 전 항공기에서 동체 착륙 등의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공항에서는 활주로 바닥에 마찰계수를 줄이고, 화염을 냉각할 수 있는 물질을 뿌린다.
다만 이번 사고에서 관제탑에서 해당 항공기에 조류충돌 경고를 한 뒤 1분 만에 항공기에서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공항차원의 대응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국토부 공항철도사고조사위(사고위)는 해당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수거해 교신 내용 등을 포함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