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정부가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계·감사 규제를 일부 완화한 가운데, 회계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로 회계 투명성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을 연일 내놓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식 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지난 이틀간 공식 석상에서 정부의 회계·감사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를 잇달아 표명했다.
김 회장은 전날 제 69회 정기총회 자리에서 "회계개혁 제도는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적제도인 만큼,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회계감사 신기술 관련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기업 부담을 고려한 완화 조치가 자칫 우리 자본시장 투명성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관련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발표 이후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는 비판적 시각을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회계제도 보완 방안에 따르면 자산 5000억~2조원 미만 상장사의 연결내부회계 감사제도 도입이 내년 시행에서 5년 유예됐다. 상장회사 감사인 직권 지정 사유도 대폭 완화했다.
이에 회계 전문가들은 정부 조치가 오히려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제 회계투명성 순위에서 올해 한국은 총 63개국 중 4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3위에서 순위가 소폭 개선됐으나, 정부의 규제 완화로 회계투명성 순위가 뒷걸음질 칠 수 있단 지적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오스템, 우리은행, 계양전기 등 횡령 사고가 많이 터졌다. 내부회계관리 제도가 아무리 잘 세팅이 돼 있어도 사람이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더군다나 작은 기업일수록 문제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 엄격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금전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로 간다. 여기에 상황이 심화되면 혈세까지 투입될 수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더욱 강력한 회계 개혁이 필요한데, 비용 부담을 이유로 오히려 유예해 주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해선 결국 회계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자본시장 고도화를 위해선 회계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업이 회계비용을 규제비용으로만 보는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고 세부 이행 계획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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