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선고만 앞둔 가운데 17일 여권 잠룡(潛龍) 사이에서 대권 행보에 다시 시동을 거는 움직임이 나온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분위기였으나 탄핵 선고가 임박하면서 보폭을 넓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예방했다.
진우스님은 한 전 대표에게 "중심을 갖고 정의로운 마음으로 정파나 진영 이익논리를 떠나 국민만 바라보고 해 나가면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고, 뭐든 크게 다하면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물극필반 말씀을 깊이 새기고 간다"고 말했다.
하루 전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이어 이틀 연속 종교계를 찾은 한 전 대표는 계엄과 탄핵 국면을 지나며 두 쪽으로 나뉜 민심을 수습할 방안에 관한 고견을 들으며 탄핵심판 이후 정국을 구상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도 한 전 대표가 통합과 화합, 치유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종교계를 방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둘로 나뉜 민심이 충돌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국민 통합에 나서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는 설명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0일 부산에서 열린 북콘서트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으나 전날부터 시작해 사흘 연속 공개 일정을 수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 전 대표는 오는 18일에는 대구 경북대에서 열리는 청년 토크쇼에 참석해 개헌에 관해 강연할 예정이다. 두 번째 지역 일정으로 PK(부산·경남)에 이어 TK(대구·경북)를 선택한 셈이다.
다른 여권 대권 주자들도 이른바 통합 행보에 적극적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해 국민 통합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안 의원은 "국민 통합만이 우리나라를 제대로 세울 수 있는 길이라는 말씀을 들었다"며 "우선은 여야 모두 헌재 판결에 승복하겠다고 해야만 국민들도 안심하고 격한 충돌 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안 의원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도 방문해 피해 지원 현황을 점검하며 현장 일정을 이어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오후 서울 구로구 오류동 소규모 재건축 현장을 둘러보며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다.
반면 탄핵 반대를 주장해 온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별다른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속도 조절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가 여권 핵심 지지층 반발을 살 수 있는 탓이다.
여당 내부에서 한 전 대표 등을 겨냥해 대권 주자들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차기 대권 행보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홍 시장은 당초 계획됐던 저서 출간 시점도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이루로 미룬 상태다.
홍 시장 측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외부 일정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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