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14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난 케빈 매카시 전 미국 하원의장이 한국이 캐나다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우 의장은 이날 의장 접견실에서 매카시 전 의장과 회동을 갖고 양국 간 경제·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국내 기업의 우려를 전달했다.
우 의장은 비공개 회동에서 '한국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한국은 2023년, 2024년 모두 대미 그린필드 투자 1위 국가로서 미국의 일자리와 첨단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세수에까지 기여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축소는 양국의 경제적 관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미국 측에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 한국 기업의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 확대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방미 일정 조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하며 트럼프 행정부 대응법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으로서 경제·통상 문제뿐 아니라 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시 캐나다의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 슬기롭게 협상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같은 전략이 실효성이 없다고 언급한 것이다.
매카시 전 의장은 한미 양국의 경제협력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조선업을 예시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운항 선박은 미국 내 소재이거나 미국민이 소유·운영하는 항구·시설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법'을 개정을 통해 한국에서도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 조선 분야 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비공개 회동에 앞서 우 의장은 이날 "매카시 전 의장이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임하는 동안 한국·한반도 관련 입법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한국에 대한 지지 기반 확대에 기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과 안정성을 미국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에게 널리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한미 관계는 양국이 함께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 혈맹으로 아주 많은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미국 의회에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강력한 목소리와 강한 인적 유대가 있고 트럼프 행정부도 이러한 굳건한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접견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과 한미의원연맹 조경태·정동영 공동회장, 김영배·조정훈 간사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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