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국민의힘에서 사전투표제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제출한 사전투표제 폐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법안은 사전투표제를 없애는 대신 본투표를 기존 하루에서 금~일요일 사흘로 늘리는 방안이 골자다.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전면 도입된 사전투표제는 당초 갈수록 떨어지는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사전투표제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을 지나면서 여권에서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단행한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 규명을 내세우면서다.
선거 때마다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다는 말이 나오면서 여권 핵심 지지층에서는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부정선거론과 별개로 정보 격차 등 사전투표제가 지닌 제도적 한계에 관한 지적도 많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사이에 발생한 정치적 사건·사고를 사전투표자는 반영하지 못한 채 표를 행사하는 탓이다. 사전투표에서 후보를 찍었으나 해당 후보가 기권하는 경우 사표가 되는 문제도 있다.
여권 차기 대권 주자 중에도 사전투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사전투표 효용성, 운영 과정상 부실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됐고 저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며 "장단점이 있음에도 사흘 연속 투표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지난 2일 "사전투표 대신 본투표 기간을 늘리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본투표 기간을 사흘로 늘린다고 해도 투표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투표를 분산시키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투표율이 엄청나게 오를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
다만 "사전투표는 투표율 제고로 선거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결과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논란이 생긴다면 없애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음모론 수준인 부정선거론에 기대려 사전투표제 폐지를 꺼내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거의 정착된 제도를 느닷없이 폐지하자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부정선거론을 더 강화시키려고 사전투표 폐지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차기 주자 중 한 명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같은 경우 투표를 한 달 전부터 한다"며 "CCTV(폐회로텔레비전)를 설치하고 철저히 투표함 관리를 하면 되지 그걸 어떻게 지금 폐지하나"라고 반대 뜻을 비쳤다.
일각에서는 여당도 과거 사전투표 때마다 투표 참여를 독려해놓고 이제 와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지금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윤 대통령도 지난 대선 때 사전투표를 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부정선거론 편승 지적에 장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제가 국민 뜻을 제대로 반영하고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는 역할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감내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당 지도부에서는 사전투표제 폐지 관련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향후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 정도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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